“세금을 ‘두 번’ 낸다?”…연금계좌 ‘이중과세’ 논란

연금계좌 해외주식ETF 배당 이중과세 논란
2021년 개정 세법 올해부터 시행
연금 수령 시 이중과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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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20년간 모아온 노후자금인데, 이제 와서 갑자기 세금을 두 번 내라고요?”

올해 초부터 시행된 새로운 세법으로 인해 연금계좌를 통해 해외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퇴직을 앞둔 50~60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주식 배당소득에 대해 외국 정부와 한국 정부에 이중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바뀐 세법의 핵심은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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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은 투자자가 해외 주식이나 해외 펀드에서 배당을 받을 경우, 국세청이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을 펀드 운용사에 먼저 환급해 준 뒤 투자자가 배당을 받을 때 국내 세금을 원천징수하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미국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배당소득을 얻는다고 가정하자.

작년까지는 미국 정부가 15%의 세금을 원천징수하면, 국세청이 이를 고려해 투자자에게 환급해주고 국내 세율(14%)에 맞춰 추가 세금을 징수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 환급 절차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연금저축계좌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는 기존 3~5% 수준의 저율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세금을 내야 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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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기존 방식이 외국 정부에 낸 세금을 국고에서 보전해주는 것과 다름없어 불합리했다고 설명한다.

“국세청이 외국에 낸 세금을 미리 환급해주는 것은 국고 부담을 키우는 요소였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배당주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금 계좌에서 해외 배당주에 투자하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원래 연금계좌는 세제 혜택을 통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인해 배당소득을 받을 때마다 미국에서 세금을 원천징수당하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한국에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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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금 계좌는 본래 과세를 유예했다가 연금을 받을 때 한 번만 세금을 내도록 설계된 것인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사실상 두 번 과세하는 상황이 됐다”며 “연금 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세제 혜택 보고 연금계좌에 가입했더니 갑자기 세금이 두 배로 뛰었다”, “배당형 ETF 대신 성장형 ETF로 갈아타야 하나” 같은 반응이 잇따랐다.

퇴직연금·개인연금 투자자들을 겨냥해 배당형 ETF 상품을 출시했던 자산운용사들도 예상치 못한 규제 변화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문제 인식했지만…저율과세·과세이연 회복 ‘난망’

지난 5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협회는 “연금계좌 이중과세 문제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고 있으며, 후속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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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연금계좌의 기본 원리는 ‘과세이연’이다. 즉, 투자 중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연금을 수령할 때 낮은 세율(3~5%)로 과세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으로 인해 해외 배당소득에 대해선 기존처럼 세금을 미루는 것이 어려워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계좌는 손익을 통산해서 과세를 유예하는 시스템인데, 여기에 외국납부세액 공제까지 적용하면 전산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해진다”며 “정부도 이를 고려해 쉽게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당분간 이중과세 문제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연금계좌에 대한 개선책은 아직 불투명하다.

앞으로의 전망… 연금투자 전략 바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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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연금계좌에서 해외 배당형 ETF를 매입하는 전략은 예전만큼 유리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배당보다는 자본 이득을 노리는 성장형 ETF나 국내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작정 투자 전략을 바꾸기보다는 정부의 후속 대책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정부도 개선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세법 개정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금계좌를 활용한 장기투자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무작정 해외 배당주 ETF를 정리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목표와 세금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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