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높은 수익률 기록하며 반등 성공
‘빚투’ 늘었지만 거래 규모 회복 안 돼
시장 불확실성으로 미국 증시 경계감 높아져

“미국은 이제 고점이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쏠렸던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새해 들어 방향을 틀었다.
미국 증시의 과열 징후와 트럼프 2기행정부 출범을 앞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2025년 1월, 외면받던 국내 증시가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글로벌 자금이 주목한 한국 증시

19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025년 1월 2일부터 17일까지 코스닥지수는 6.86%, 코스피는 5.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34개국의 국가 대표지수 40개 중 각각 1위와 4위에 해당하는 높은 성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매도 폭탄으로 국내 증시 하락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8,238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여기에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밑돌았던 연기금도 1,400억 원 규모의 순매수로 가세했고, 개인투자자들 역시 5,139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매수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대표주자인 SK하이닉스가 6개월 만에 21만 원대를 회복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커지는 빚투 vs 줄어드는 거래대금
새해 들어 희망적인 모습은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월 16일 기준 16조 4,93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4,696억 원이 증가한 수치로, 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스피가 2,500선을 회복하면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거래 규모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2025년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 1,735억 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8조 7,353억 원보다는 다소 늘었으나, 작년 2-9월 사이 10조 원을 웃돌던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상장주식의 거래 빈도를 나타내는 회전율 역시 0.72를 기록하며 작년 말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미국 증시 과열 우려가 기회로

이처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계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에 따르면 1월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133억 1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45억 달러가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미국 주식 투자가 새해 들어 축소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연구원은 “미국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2.8배로, 닷컴버블 시기인 2000년 초의 24.3배에 근접할 정도로 고평가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테슬라(254억 8천만 달러), 엔비디아(120억 3천만 달러) 등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의 조병현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코스피는 2,500대 후반까지 반등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1~2월은 추세적 자금 유입보다는 변동성이 큰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100건 이상의 행정명령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24일로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 국내 설 연휴 중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 등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투자자들은 높아진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