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산업 속, 버틴 기업의 속사정
‘하락세에도 선방’… 이유는 포트폴리오
건설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새 아파트 공사도 줄고,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1년 넘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기업들이 있었다. 들여다보면 이들은 단순히 건자재만 팔지 않고, 전혀 다른 수익원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다.
‘실리콘’으로, ‘자동차 부품’으로 살았다
건축용 자재로 유명한 KCC는 올해 1분기(1~3월) 동안 10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간 줄었지만, 예상보다는 잘 버틴 성적이었다.
비결은 ‘실리콘’ 사업에 있었다. KCC는 과거엔 창문틀, 벽 마감재 같은 건축 자재를 주로 팔았다. 하지만 요즘은 실리콘을 이용한 제품도 많이 만든다.
이 실리콘은 건물 틈새를 막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전자제품, 자동차, 의료기기에도 들어간다.
실제로 KCC의 실리콘 사업은 작년 1분기 27억 원 이익을 시작으로, 이후 분기마다 200억 원 넘는 수익을 냈다. 건설 경기가 안 좋아져 기존 제품이 덜 팔려도, 실리콘이 벌어다 준 돈이 손실을 메워준 것이다.
비슷한 시기 LX하우시스는 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78%나 줄어든 71억 원에 그쳤다.
가장 큰 원인은 건자재 부문이었다. 이 회사도 단열재나 벽지 같은 건축용 자재를 많이 파는데, 매출이 줄면서 결국 5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재나 가전제품에 쓰이는 필름을 만드는 부문은 분위기가 달랐다. 이쪽은 124억 원의 이익을 내며 전년보다 실적이 좋아졌다.
최근 친환경 자동차나 고급 가전이 인기를 끌면서 이 부품들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넘기려면 ‘하나만 팔아선 안 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건설 경기 침체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빠르고 복잡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건축을 시작하는 면적도 크게 줄었고, 새로 짓는 건물도 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매출도 줄고, 수익도 줄었다.
그럼에도 실리콘이나 자동차 부품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 기업들은 비교적 덜 흔들리고 있다. 과거처럼 한 가지 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분야로 사업을 넓힌 덕분이다.
이번 분기 실적을 보면 단순히 건설 자재만 만드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양한 사업을 준비한 기업은 버틸 힘이 있었다.

업계는 앞으로 이런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분야에 발을 걸치고 위기에 대비한 기업만이 앞으로의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말은 더는 한 가지 물건만 팔아선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