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남아돈다? “무너지면 끝장이다”… 1조 원짜리 ‘특단 대책’, 다시 꺼내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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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입이냐 자율 조정이냐
양곡법 쟁점 속 개정 논의 본격화
식량안보 앞세운 해묵은 논쟁 재점화
양곡법
양곡법 개정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두 번이나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던 ‘1조 원짜리 법안’이 다시 국회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기존 반대 입장에서 돌아서면서, ‘양곡법’ 논쟁이 다시금 본질을 조명받고 있다.

양곡법, 왜 만들어졌고 무엇이 문제인가

양곡관리법은 쌀·보리·밀 등 주식 작물의 수급과 가격을 정부가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1950년대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제정됐다.

양곡법 개정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과잉 공급 시 정부가 쌀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부족할 경우 비축해 둔 쌀을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농민 보호와 식량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 왔다.

하지만 법의 기능이 과잉 생산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계속 사들이다 보니 공급 과잉이 반복되고 가격은 불안정해졌다.

이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돼야 할 생산 구조에 정부 개입이 과도하게 이뤄진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양곡법 개정 논의 / 출처 : 뉴스1

또한 정부가 매입하는 물량이 늘수록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는 문제도 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매년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쟁은 여전하지만, 방향은 달라졌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양곡법 개정안의 핵심은 ‘의무 매입’이다. 현행법은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시’ 공공 매입을 할 수 있도록 임의 규정으로 되어 있지만, 개정안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정부가 개입해 시장에서 쌀을 격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 발의 측은 식량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쌀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농가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쌀 초과 생산분이 시장에 대량 유입되면서 한 달 새 쌀값이 25% 가까이 폭락했던 사례는, 정부의 자율적 대응만으로는 수급 조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곡법 개정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양곡법 개정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게 된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가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거부권이 두 차례나 행사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식량안보를 국가 생존의 문제로 강조해 왔다.

물론 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시장 기능을 해치고 예산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과, 식량안보를 위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맞서는 구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 공방에 가려졌던 쟁점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지면서, ‘양곡법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사회 전체가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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