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만 믿었는데 ‘결국’… 집주인들 ‘눈물’

반도체 불황에 평택 미분양 주택 급증
수도권이라 정부 지원 외면 받아
2027년까지 추가 2만여 가구 입주 대기

“반도체 호황만 믿고 평택에 집을 샀는데 이제는 팔아도 매수자가 없어요.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평택 아파트 소유자 김 모 씨(43)의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불과 2년 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확장 소식에 들떠 ‘반도체 황금도시’를 꿈꾸며 대출까지 얻어 아파트를 구매했던 그는 이제 ‘미분양 관리지역’이라는 불명예 속에 암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평택, 4년 10개월 만에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택은 4년 10개월 만에 다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평택은 2018년 5월부터 2년 가까이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부동산 활황기를 맞은 2020년 6월에 제외됐었다. 그러나 불과 4년 10개월 만에 다시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평택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월 361가구에서 올해 1월 6,438가구로 무려 18배나 급증했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중 42.5%가 평택에 집중된 상황이다.

미분양 관리지역, 신규 분양 어려워지고 수도권이라 지원 제외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으로 평택 부동산 시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신규 분양 사업 추진이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발급 전 사전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HUG의 보증 심사 기준도 강화됐다. 이로 인해 시행사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기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개발 사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평택이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미분양 지원 대책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적용되는 ‘주택 수 제외 과세특례’는 비수도권 지역에만 해당한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CR리츠의 미분양 주택 매입 대상에서도 수도권 주택은 배제된다.

지난달 정부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수 시 정책대출 금리를 0.2%p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수도권은 오히려 0.2%p 인상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택과 같은 경기 외곽 지역은 실질적인 정책 지원에서 소외되는 실정이다.

평택 미분양 실태, 공급과잉 심화

이러한 지원 배제 속에서 평택 부동산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고덕신도시와 화양지구에서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라 집값 하락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평택시의 연간 적정 공급량은 3,000가구 수준이지만, 지난 10년간 8만 5,712가구가 입주했고, 2027년까지 추가로 2만 2,88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급과잉 상황에 더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 건설 지연과 반도체 산업 불황이 미분양 폭증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한 민영 아파트 11곳 중 8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했으며 청약 경쟁률도 2023년 평균 3.49대 1에서 2024년에는 1.09대 1로 급락했다.

실제로 평택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인근의 한 아파트는 864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고작 94명에 그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시장 침체에 대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평택은 도시개발 사업과 삼성 반도체 공장 증설을 이슈로 공급을 많이 늘렸는데 소화를 못 하는 상황이며, 최근 반도체 불황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더 위축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