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무역수지 적자 전환
배추파동 이후 15년 만
올해 수입량 2만톤 육박

농산물 무역통계를 주시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수치가 화제다. 배추 무역수지가 1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온 나라가 배추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던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5년 만의 충격, 배추 무역 적자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배추 무역수지가 423만3000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배추 수출이 가장 활발한 11월과 12월을 고려해도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 배추 무역 적자가 발생한 것은 전국을 뒤흔든 배추파동이 있었던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295만3000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배추 무역수지는 이후 매년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독한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최악이었던 작년에도 370만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수출 감소에 수입은 5배 폭증

배추 무역수지 적자 전환의 배경에는 수출 감소와 수입 급증이 동시에 작용했다. 10월까지 배추 수출량은 3675.8톤으로 전년 동기 4137.1톤 대비 11% 줄었다.
수출금액 역시 279만8000달러에서 218만5000달러로 20% 이상 급감했다. 김치 맛을 그리워하는 해외 교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절임배추 형태의 수출이 꾸준히 이뤄져왔으나 올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수입은 전례 없는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10월 배추 수입량은 1만9123.1톤으로 2만톤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작년 연간 배추 수입량 4135.2톤과 비교하면 거의 5배에 가까운 물량이 들어온 셈이다. 수입금액도 641만8000달러로 작년 연간 수입액 229만달러의 3배에 달한다.
배추파동 없는데 수입 급증, 이유는

2000년 이후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 중 배추 수입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0년이다. 당시 이상기후로 여름철 배추 도매가가 킬로그램당 1만원을 돌파하며 1만3564.9톤이 수입됐다.
4대강 사업이 배추 작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까지 불거졌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올해는 배추파동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수입량이 2만톤에 근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배추 포기당 연평균 소매가격은 5083원으로 작년 4764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1분기에는 전년 대비 포기당 1000~2000원 가량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수입을 자극했다. 정부 수입도 작년 149톤에서 올해 1655톤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쌈배추 특수, 원산지 표시 의무 없어

업계에서는 쌈배추 수입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상 일반 통배추와 알배기배추는 동일한 품목코드로 분류된다.
국제무역 상품분류 기준인 HS코드가 같아 통배추든 쌈배추든 구분 없이 배추 수입으로 집계되는 구조다. 식당 점주들이 최근 중국산 쌈배추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통배추는 김치 제조 외에는 활용도가 제한적이고, 중국산 배추로 만든 김치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크다. 겉잎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많은 부산물 발생도 부담 요인이다.
반면 쌈배추는 크기가 작고 부산물이 적으며, 무엇보다 원산지 표시 부담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음식의 부수 재료로 사용할 경우 원산지 표시 의무가 면제되는데 중국산 쌈배추를 활용해도 원산지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쌈배추 점유율 놓고 정부-업계 시각차

한편 쌈배추의 시장 점유율을 두고는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 엇갈린다. 채소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이미 쌈배추 거래량이 통배추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매시장 거래 품목별 비중을 보면 여전히 통배추 거래량이 쌈배추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