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50억 달러 줄었다” 5년 만에 최저치…한국은행 발표에 ‘깜짝’

외환보유액 5년 만에 최저 수준
국민연금 스와프·계절적 요인 겹쳐 감소
외환보유액
한국 외환보유액 급락 / 출처 : 연합뉴스

“그래도 4000억 달러는 넘잖아”라는 말로는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월 한 달 사이 무려 49억 9000만 달러나 줄어들며,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외환보유액은 4046억 7000만 달러로, 지난 2020년 4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외환보유액이 눈에 띄게 감소한 이유는

외환보유액은 쉽게 말해 국가가 급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달러 비상금’이다. 수입 대금을 결제하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해 급등락하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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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보유액 급락 / 출처 : 연합뉴스

이 돈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한국 경제의 ‘긴급 상황 대응력’이 약해진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은 이번 감소가 구조적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였다.

이는 연금공단이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해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대신,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달러를 빌리고 원화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달러 수요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조정해 환율을 급등시키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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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보유액 급락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이 스와프 계약으로 인해 한은의 외환보유액에서 해당 금액만큼 일시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의 경계심리가 높아진다. 이번 발표로 이 선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환율 급등 국면에서 4000억 달러를 지키는 것을 외환안정의 마지노선처럼 관리해 왔다.

다만 한국은행은 현 상황이 위기 국면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세계 순위 하락… 독일에 밀려 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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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보유액 급락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독일은 같은 기간 외환보유액이 288억 달러 증가해 한국을 제쳤다.

1위는 단연 중국(3조 2407억 달러)이고, 이어 일본, 스위스, 인도, 러시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홍콩 순이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외부 충격에 대한 한국 경제의 ‘방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흔들릴 경우, 투자심리와 경제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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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보유액 급락 / 출처 : 뉴스1

외환보유액 순위가 하락하는 것이 당장 국가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외환 건전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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