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가격 인상에도 “우린 다르다”…롯데·삼양 ‘역발상 승부수’

물가 상승에도 가격 동결 선언한 기업들
판매량 유지 위한 실리적 선택
소비자 신뢰 우선하는 전략 주목
가격 동결
일부 기업 가격 동결 / 출처: 연합뉴스

“가격 올리면 매출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경제 환경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고물가 부담에 지친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닫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 동결을 선언한 식음료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원재료비와 유통비용 인상 압박에도 ‘버티기 전략’을 선택한 이들의 행보에 소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비자 이탈보다 신뢰 확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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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 가격 동결 / 출처: 연합뉴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는 4.1% 올라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남다른 선택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일 기관투자자 대상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전반적으로 음료·주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소비 부진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 인상은 부담이 크다”며 “가격을 5% 올리면 판매량은 7%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동결
일부 기업 가격 동결 / 출처: 연합뉴스

이는 당장의 수익보다 판매량 방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라면 업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삼양식품이 가격 동결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지난달 열린 ‘2025 라면 박람회’에서 “제조 비용과 원재료 수입단가가 모두 상승했지만, 자체 노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히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리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가격 동결을 선택한 배경에는 시장 현실을 반영한 경영 전략이 있다.

가격 동결
일부 기업 가격 동결 / 출처: 연합뉴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대부분의 주력 제품이 시장 후발주자로, 가격 인상 시 소비자 이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현재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맥주는 오비맥주의 ‘카스’, 탄산음료는 ‘코카콜라’가 각 분야 1위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클라우드’, ‘펩시’ 등은 가격 경쟁력 유지가 곧 시장 점유율 방어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삼양식품 역시 전략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가격 동결을 선택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내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수익을 방어할 수 있는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 동결
일부 기업 가격 동결 / 출처: 연합뉴스

국내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강화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는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면 당장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지만, 재구매율이 하락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며 “특히 브랜드 충성도가 중요한 시장일수록 가격 동결이 판매 리스크를 줄이는 긍정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압박 속 냉정한 판단

이들 기업의 가격 동결 결정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가격 동결
일부 기업 가격 동결 / 출처: 연합뉴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흐름은 추세적으로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 지수도 2.1% 상승하며 7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서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롯데칠성음료와 삼양식품은 단기적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정을 선택했다. 이는 현재의 수익 대신 미래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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