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국 한국 ‘콕’ 집어 러브콜 보내더니…필요할 땐 ‘묵묵부답’

트럼프의 알래스카 LNG 압박
한국은 사업성 검토 원하지만
미국은 필요 자료 제공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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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 출처: 연합뉴스

거대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는 미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사업 검토에 필요한 기본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강력한 참여 요청과 실질적 자료 부재 사이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반복되는 압박, 자료는 없다

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오는 6월 2일 예정된 ‘알래스카 LNG 서밋’ 개최가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한국 측에 사업 검토 자료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알래스카 LNG 서밋은 이 프로젝트 관련 정부 관계자와 에너지 정책 결정자, 기업들이 참여해 관련 사항을 공유하는 자리로, 한국 정부도 이 자리에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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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 출처: 연합뉴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의 관심사는 가스관이 경제적으로 건설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알래스카 측에서는 구체적 자료가 4분기에나 나올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점인 7월 8일 전까지는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알래스카 자원 개발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며, 지난 3월 의회 연설에서는 “한국, 일본 등이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사업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4월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 직후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합작 투자가 관세 협상의 핵심 의제”라고 강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막대한 투자 필요한 ‘초대형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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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 출처: 연합뉴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혹한의 환경에서 알래스카 남부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km 가스관을 건설하는 고난도 사업으로, 총개발비는 44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가운데서도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지난 2010년대 처음 추진될 당시,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사업의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다.

당시 우드매켄지는 “세계에서 경쟁력이 가장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리스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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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 출처: 연합뉴스

그럼에도 알래스카 LNG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연간 2000만 톤의 생산량과 MMBtu(열량 단위)당 10달러 수준의 단가로 연간 매출 100억 달러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알래스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북극권 패권 전략과 에너지 패권 강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한 달 넘게 사업 검토 자료 못 받아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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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 출처: 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는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과 지난달 15일 첫 화상회의를 개최했으나, 상견례 성격에 그쳤다.

이후 가스공사는 알래스카 측에 사업 검토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료가 전달되지 않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LNG를 직수입하는 SK이노베이션 E&S, 포스코인터내셔널, GS칼텍스 등 24개 기업들도 사업성 분석에 착수했지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연간 수입량은 1200만 톤 규모로,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수요가 먼저 늘어야 수입량 확대를 검토하는 구조이며, 5~10년 단위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LNG 수입처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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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 출처: 연합뉴스

미국 측은 외신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서밋에서 사업 참여 의사를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며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외교적 압박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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