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 못 내는 서민들 급증,
부채 악순환 경고
카드사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치

“돈이 없어서 카드값부터 미뤘어요.”
올해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에 고금리 대출 부담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자금 사정이 빠르게 악화된 결과다.
9개 카드사 연체율 일제히 상승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2.15%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1.94%)와 전 분기(1.87%)보다 각각 0.21%포인트, 0.28%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하나카드 출범 이후 최고치다. KB국민카드는 1.61%를 기록해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체율 상승은 카드대금뿐 아니라 카드론, 할부금, 리볼빙, 신용대출 등 전방위에서 동반됐다.
특히 카드론 잔액은 올해 2월 42조 988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고,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71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서민들은 금리가 높은 카드 대출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83%로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리볼빙 금리 17% 육박…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리볼빙 이용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리볼빙은 카드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이월하는 제도지만, 사실상 고금리 대출에 가깝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달 평균 리볼빙 금리는 17.17%로 집계됐다. 특히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경우 평균 리볼빙 금리가 18.89%에 달했다. 19% 돌파를 눈앞에 둔 셈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리볼빙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이다.

리볼빙은 단기적으로는 현금 유동성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이용 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신용점수 하락, 추가 금융이용 제약 등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리볼빙 이용자는 매달 최소 결제금액만 갚고 나머지를 이월하면서 빚이 쌓인다. 원금과 이자가 함께 불어나 상환이 어려워지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또 다른 금융거래에도 제약이 생긴다.
게다가 리볼빙으로 이월된 금액만큼 신용카드 한도도 줄어들어 소비 여력까지 위축된다. 일부 카드사는 최소 금리를 15%대에 설정하고 있어, 사실상 일반 신용대출보다 높은 이자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는 부실채권 상각과 대출 심사 강화에 나섰지만, 서민들의 채무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카드대출 관리 강화뿐 아니라,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