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인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럴줄은”…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대체 왜?

합격의 기쁨도 잠시, 취업난에 절망
정부의 빗나간 수요 예측이 부른 비극
전문직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합격만 하면 인생이 보장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의 절규가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무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해 사실상 ‘자격증만 있는 백수’로 전락한 ‘미지정 회계사’들이 결국 거리로 나선 것이다.

넘치는 합격자, 무너진 수습 인프라

지난 14일, 서울정부청사 앞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5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선발 인원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회계법인의 수습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작년 200여 명에서 올해 400여 명으로 급증해 누적 600명에 달한다.

올해 최종 합격자 120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합격의 영광을 누려야 할 이들이 오히려 취업난에 내몰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수급 미스매치’, 외면하는 금융당국

회계업계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데, 정부가 회계사 공급만 늘려 ‘수급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적정 선발 인원은 최대 1083명 수준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200명을 선발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수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여전히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판단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청년 회계사들의 취업난에서 그치지 않는다. 충분한 실무 수습을 거치지 못한 회계사들이 시장에 배출될 경우, 이는 곧 감사 품질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청년 회계사는 “제대로 된 훈련 없이 감사업무에 투입된다면 부실 감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지정 회계사들은 단순히 선발 인원 축소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과 내부회계관리제도 전면 시행 등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함께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