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이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과의 보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며, ‘1억 돌파’의 이면에 깊어지는 임금 양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211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원 실질 평균 연봉은 1억280만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반면 최고 연봉자 평균 보수는 21억8천만원으로 7.6% 늘어나며 양측의 격차는 20.7배에서 21.2배로 확대됐다.
리더스인덱스는 “대기업 실적 개선으로 직원 보수는 증가했지만, 최고경영진 보수 증가 폭이 더 커지면서 연봉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유통·식음료, 격차 30배 훌쩍…업종별 양극화 ‘뚜렷’
업종별로는 유통업의 격차가 가장 극심했다. 유통업 최고 연봉자의 평균 보수는 25억3천646만원으로 전년보다 20.1% 급증한 반면, 직원 평균 연봉은 6천447만원에 그쳐 격차가 무려 39.3배에 달했다.
식음료(34.2배), 지주(29.3배), IT·전기전자(28.5배) 순으로 격차가 컸다. 반면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격차가 낮은 모습을 보였다. 은행업은 직원 평균 연봉이 5.9% 오른 1억1천828만원을 기록했고, 최고 연봉자 보수는 1.7% 증가한 9억8천686만원으로 격차가 8.7배에서 8.3배로 오히려 축소됐다. 보험(11.1배)과 여신금융(11.2배)도 비교적 낮은 격차를 유지했다.
HS효성 158배·효성 118배…개별 기업 격차 ‘충격’
개별 기업 단위에서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HS효성에서 조현상 부회장이 73억5천만원을 수령한 반면, 직원 평균 연봉은 4천640만원에 그쳐 158.4배로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차이를 기록했다.
효성에서는 조현준 회장이 101억9천900만원을 수령해 직원 평균 연봉(8천630만원)과의 격차가 118.2배에 달했으며, 계열사 보수를 합산하면 총 157억3천500만원에 이른다. 이마트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8억5천만원)과 직원 평균 연봉(5천103만원) 간 격차가 114.6배였다.
개인 보수 기준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48억4천100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177억4천300만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74억6천1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직원 평균 연봉 상위권은 금융·증권업이 장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억8천174만원으로 1위에 올랐으며, SK하이닉스(1억8천76만원), NH투자증권(1억7천851만원), KB금융(1억7천398만원), 삼성증권(1억6천452만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과급 중심의 보상 구조가 고착화될수록 경영진과 직원 간 보수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직원 연봉의 ‘1억 시대’ 개막이 임금 불평등 심화라는 그늘과 공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