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서 좋았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 연휴 끝난 사람들, ‘망연자실’한 이유

역대급 긴 추석 연휴에 지출 급증
1인당 평균 71만 원, 고물가 직격탄
용돈 인플레이션 현실로 다가와

“모처럼 긴 연휴라 좋았지만, 통장 잔고를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추석 황금연휴가 끝난 후, 많은 직장인들이 이와 비슷한 ‘명절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연휴 기간이 길었던 만큼 가족들과의 시간은 늘었지만, 고물가와 맞물려 역대급 지출을 기록하며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남겼기 때문이다.

연휴 전부터 예견됐던 지출 증가는 현실이 되었고, 이제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1인당 71만 원… 역대급 지출에 ‘휘청’

이번 추석은 지갑 열기가 유난히 두려운 명절이었다. 한 소비자 단체가 연휴 직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1인당 평균 71만 2,300원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5일 연휴였던 지난해 추석의 56만 3,500원보다 15만 원 가까이, 비율로는 26.4%나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부모님 용돈과 선물 비용이었다.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인 38만 6,100원이 여기에 집중됐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예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용돈과 선물비로 지출하며 고물가 시대의 명절을 실감해야 했다.

‘만원’은 옛말… 5만원권이 주도한 용돈 인플레이션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용돈 인플레이션’ 현상도 더욱 뚜렷해졌다.

명절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 은행의 신권 교환 창구에서는 1만 원권보다 5만 원권을 찾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5만 원권 교환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반면, 1만 원권 교환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용돈의 기본 단위가 사실상 5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었음을 시사한다.

한 30대 직장인은 “예전에는 미취학 조카들에게 1만 원을 줘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밥 한 끼 값도 안 돼 눈치가 보인다”며, 결국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동전 교환액이 ‘0원’으로 집계된 것과 맞물려, 화폐 가치 하락과 변화된 소비 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의 지출 급증이 단순히 긴 연휴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고질적인 물가 상승이 기저에 깔린 상태에서, 연휴가 길어지자 여행이나 외식 등 추가적인 소비가 더해져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명절 비용이 계속해서 커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자의 형편에 맞게 지출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선물의 가격보다는 마음을 전하는 명절 문화의 본질을 되새겨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추석의 가계부 결산은 많은 가정에 깊은 고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