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좋아했는데 “된통 당했다”… 서민들 ‘피눈물’에도 정부 ‘눈치’만 보는 이유, 왜?

중국발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
정부, 소액면세 폐지 카드 만지작
소비자 반발에 정책은 ‘오락가락’

“정품인 줄 알고 샀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했어요.” 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한 유명 브랜드 향수는 정교하게 위조된 ‘짝퉁’이었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판매자와 플랫폼은 가품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저품질 모조품이 국내 시장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10곳 중 8곳 대응 포기”… K-기업의 눈물

국내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백기를 든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중 79%가 ‘대응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1만 7400원에 팔리는 자동차 컵홀더가 중국 플랫폼에서 1159원에 팔리는 현실 속에서 경쟁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산 위조상품으로 인해 국내 화장품 업계가 입는 피해액만 연간 2936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 10만 2천여 건 중 96.1%가 중국발 제품이었다.

‘100% 정품’의 배신…피부염까지 부른다

‘짝퉁’ 제품의 무분별한 유통은 기업의 피해를 넘어 소비자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온라인 가품 화장품 관련 상담은 447건에 달하며, 특히 향수와 기초 화장품이 주를 이뤘다. 소비자원은 ‘100% 정품 보장’ 같은 문구는 법적 효력이 없는 광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이도경 팀장은 “화장품 짝퉁은 품질 저하를 넘어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품보다 지나치게 저렴하다면 일단 가품을 의심하고, 공식 인증된 판매처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150달러 이하 해외 직구 상품에 적용되는 관·부가세 면제, 즉 ‘소액면세’ 제도가 저가 짝퉁 제품의 유통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미 미국, EU, 호주 등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면세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흘 만에 철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명예교수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기보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명백한 불법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