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0% 독차지한 시장 “한국이 판 뒤집는다”…행복한 전망 나왔다

전 세계 10대 기업 중 9곳이 중국
고율 관세 예고에 한국 기업 약진
정부, ‘전기 저수지’ 사업에 40조 투입

“전 세계 톱10 중 9곳이 중국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현실을 접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ESS 배터리 시장은 그야말로 중국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고요했던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틈을 한국 기업들이 파고들고 있다.

‘ESS’란 무엇인가…전기를 저장하는 저수지

ESS는 남는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종의 ‘저수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ESS의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이 흐름에 맞춰 올해부터 ESS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로 했다. 첫 사업만 해도 1조 원 규모이며, 2038년까지 총 40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ESS에 들어갈 배터리 양은 고성능 전기차 4만 대에 해당한다.

실제로 최근 ESS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ESS 배터리셀 출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0% 이상 늘었다. 미국의 관세 예고에 앞서 배터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와 6.3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금액으로는 약 1조 원에 달한다.

독일 기업 테스볼트에도 일체형 배터리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과 폴란드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나섰다.

지난해 북미 ESS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70%였지만, 2027년이면 25%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7% 수준이지만 2027년에는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이 한국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중국산 배터리만 좋은 걸까? 해답은 기술력

중국 기업들은 가격이 싸고 화재 위험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은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재활용 가치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ESS 사업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산업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 그리고 배터리 재활용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 기준에 넣었다.

이 기준은 기술력과 품질에서 앞선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SS는 단순한 전기 저장 장치를 넘어, 전력 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기반 역할을 한다.

현재 기술력과 정책적 지원, 시장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