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발목 잡았다”
한은 금리동결 결정에 시장 ‘술렁’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에도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못한 이유는 고환율이었다.
고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그리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한은은 신중한 태도를 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창용 총재는 “현재 환율은 단순히 금리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해 올해 물가 상승률이 기존 예상치(1.9%)보다 0.15%포인트 높은 2.05%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환율 외에도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한은의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 총재는 “환율과 유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 물가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신중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환율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재는 “환율 문제는 국내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요인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대출 금리가 금리 정책에 즉각 반영되지 않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며 거래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이 시장의 관망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치적 불안과 경기 둔화가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사철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거래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출 금리가 동반 하락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하며 추가적인 정책 여력을 남겨뒀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전원이 3개월 이내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가 지속된다면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환율과 물가라는 걸림돌이 남아있다.
한은의 신중한 접근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결정이 경제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