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푸른씨앗’의 적립금이 제도 도입 3년여 만에 1조 6천억원을 넘어섰다. 2023년 4,734억원 규모였던 적립금이 3배 이상 급증하며, 매년 70~8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6일 ‘푸른씨앗 성과보고회’를 열고 누적 수익률 26.98%, 2025년 연수익률 8.67%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36,432개 사업장의 근로자 166,357명이 가입 중으로, 이는 2024년 말 대비 사업장 56.8%, 근로자 53.3% 증가한 수치다.
박종필 공단 이사장은 “푸른씨앗이 정부 지원과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점이 향후 퇴직연금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제도의 의미를 강조했다.
공공 운용에 수수료 면제… 성공 요인은?
푸른씨앗의 빠른 성장은 기존 퇴직연금 상품과의 차별화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인 은행·보험사 운영 퇴직연금이 연 0.5~1%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푸른씨앗은 운용 수수료를 전면 면제한다.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운용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결과다.
기금은 노·사·정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가 관리하며, 채권 등 안전자산에 70% 이상을 투자하는 보수적 운용 원칙을 유지한다. 이러한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2023년 6.97%, 2024년 6.52%, 2025년 8.67%로 꾸준히 의미 있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130% 미만 저임금 근로자의 사용자 부담금 중 10%를 지원금으로 제공하며, 이는 중소기업의 가입 동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인→100인→300인… 가입 확대 ‘청신호’
푸른씨앗의 성장세는 가입 대상 확대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만 가입할 수 있는 제한이 단계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전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가입 사업장 제한을 100인 미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더해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가입 제한을 300인 미만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박종필 이사장은 “현재는 30인 이하 사업장만 가입할 수 있어 아쉬움이 있다”며 제도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가입 대상 확대가 현실화되면 가입자 수와 적립금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판도 바꿀까… 전문가 평가는?
이날 성과보고회에는 학계·민간·공공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해 푸른씨앗이 공적 퇴직연금 제도로서 해온 역할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수수료 면제와 정부 지원을 결합한 모델이 중소기업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금속노련 퇴직급여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푸른씨앗을 도입한 노조 사업장은 없으나, 향후 도입을 추진하는 사례가 증가 중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수수료 면제와 정부 지원이 매력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2년 9월 도입된 푸른씨앗은 국내 유일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로, 사용자 납입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해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만 55세 이상이며 해당 사업장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수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