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 급변 속 “애플이 달라졌다”…역대 최대 규모에 ‘깜짝’

트럼프 관세 압박에 애플, 714조 원 미국 투자
텍사스 휴스턴에 AI 서버 생산공장 신설
2만 개 일자리 창출…R&D·AI 분야 집중

“쿡 CEO가 백악관에 와서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애플의 과감한 행보가 세계 IT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관세 폭탄’ 피하려는 애플의 파격 행보

애플이 24일(현지시간) 전례 없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5천억 달러(약 714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 측은 이번 투자가 미국 내 역대 최대 규모라며 2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규 일자리는 연구개발(R&D), 실리콘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이번 계획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에 신규 공장 건설과 ‘첨단 제조 기금’을 기존 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약 14조 원)로 두 배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애플은 대만 기업 ‘폭스콘 테크놀로지 그룹’과 함께 연내 휴스턴에서 생성형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요소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용 서버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제조업 귀환의 신호탄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결정은 최소한 일부 생산을 해외에서 미국으로 이전한다는 의미”라며 “애플이 내년 휴스턴에 25만㎡ 규모 제조시설을 가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제조업 지원 확대가 무척 기쁘다”라며 “미국 혁신 역사의 새 장을 열기 위해 미 전역의 인재들과 기업들이 손을 맞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발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주지사 모임에서 “쿡 CEO가 집무실에 찾아와 수천억 달러 투자 의향을 밝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쿡 CEO가 멕시코 공장 두 곳을 폐쇄하고 미국 생산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그들이 관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트럼프-애플의 ‘윈윈 게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일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플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등 주력 제품 상당수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애플로서는 이번 관세가 실적에 직격탄이 될 상황이었다.

이는 트럼프 1기 때와 비슷한 패턴이다. 당시에도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됐지만, 쿡 CEO는 트럼프를 설득해 관세 면제를 얻어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쿡 CEO가 당시 애플에 관세를 부과하면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만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애플이 미국에 역대 최대 규모인 5천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이어 “그 이유는 우리 정책에 대한 신뢰 때문이며, 그 믿음이 없었다면 단 10센트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팀 쿡과 애플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애플의 결정이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치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다변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공급망 안정성이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애플의 이번 투자는 미국 국내 생산 확대라는 트럼프의 핵심 공약과 맞아떨어지는 결정이다.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의 이런 행보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는 가운데, 애플의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은 경제와 정치가 어떻게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와 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번 결정이 양측 모두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