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정도로 진심이었나”…장관까지 총출동해 의지 보인 미국

미국 알래스카 LNG 투자 요구 노골화
관세 협상과 연계한 압박 심화
일본·대만은 이미 참여 의사 밝혀

“규제 철폐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알래스카 LNG 사업 추진 의지를 한국 대표단에 직접 전달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에너지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는 메시지였다. 한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장 방문으로 확인한 프로젝트 실체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 등 한국 대표단은 지난 2~3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4차 알래스카 지속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현장을 직접 시찰했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 대표단은 알래스카 주정부,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 민간 개발사인 글랜파른 그룹 관계자들과 만나 프루도베이 및 포인트톰슨 일대의 석유·가스전 개발 현황과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현장 확인 결과, 프루도베이 유전에서는 이미 석유 채굴 과정에서 가스도 함께 추출되고 있었다.

다만 이 가스는 현재 상업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다시 유정에 재주입되는 상황이다. 대표단 관계자는 “원료 가스 매장 잠재력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기술적 과제로 지목되던 1,300km 길이의 파이프라인 설치에 대해서도 확인이 이루어졌다.

미국 측은 대부분의 구간이 1970년대부터 운영 중인 기존 송유관 라인을 따라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방정부 총출동, 압박 수위 높여

이러한 현장 방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측의 이례적인 고위급 참여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는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 등 연방정부 장관급 인사 3명이 대거 참석했다.

주정부 행사에 연방정부 장관들이 총출동한 것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버검 내무장관은 행사 직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시행한 알래스카 일부 지역 석유·가스 시추 제한 조치 취소를 제안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개발에 있어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깊어지는 정부의 고민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표단의 이번 방문은 프로젝트의 실체를 확인하는 첫 단계였지만,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방문 결과를 내부적으로 정리해 새 정부에 보고하고, 대통령실 등의 지침에 따라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종 결정 전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반영한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프로젝트에 내재된 여러 위험 요소 때문이다. 열악한 현지 기후 조건으로 개발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개발 이후에도 가스 공급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반면, 국제적 경쟁 측면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일본과 대만은 이미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도 신속한 결단을 내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미국의 관세 압박에 직면한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복합적 상황 속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실익, 그리고 한미 관계라는 세 가지 축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새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