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판을 뒤흔든다” 심각한 상황에 늪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

중국발 공급과잉의 그늘,
장기 불황 예고에 술렁

“막연히 잘 나가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앞으로는 상황이 좀 나아져야 할 텐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걱정이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정부는 구조조정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은 2020년 이후 대규모 증설을 지속하며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을 가중시키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생산시설의 가동률은 최근 각각 80% 초반과 70% 중반으로 떨어졌다.

2028년까지 에틸렌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3천만 톤이 추가될 예정이며, 이 중 70% 넘게 중국에서 공급된다.

과잉공급 상황은 한국과 유럽 같은 고비용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심각한 마진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어마어마한 영업 실적을 기록하면서 롯데그룹의 ‘효자’라고도 불렸던 롯데케미칼 역시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41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전환이 열쇠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 법을 통해 기업 간 합병 절차를 간소화하고,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유예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형 업체 간의 ‘빅딜’과 합작법인 설립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초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코폴리에스터나 고부가합성수지(ABS) 같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정부와 시장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와 연구개발(R&D)에 주력하며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업계의 자율적 재편을 유도할 것”이라며, “사업 전환에 필요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