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없던 동네였는데”…서울보다 높은 상승률, 3년 만에 ‘대반전’

세종시 집값·전세가 동반 상승
집주인 우위 시장으로 전환
천도론 영향 주변지역까지 확산

“전세 가격을 더 올릴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박 모 씨(52)는 최근 부쩍 늘어난 문의 전화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 씨는 “한 달 전만 해도 문의가 뜸했는데, 요즘은 하루에도 여러 통의 전화가 온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매수자와 세입자 우위였던 이 도시가 순식간에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한때 침체됐던 세종 부동산 시장이 단숨에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전세 물량 급감, 가격은 꾸준히 상승

세종시 전세 시장이 3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세종시 전세수급지수는 102.1을 기록하며 2021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넘어섰다.

이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시장이 ‘집주인 우위’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년간 80~90선을 맴돌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셋째 주 93.7에서 넷째 주 98.7로 상승한 후 마침내 5월에 100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데이터를 보면 5월 13일 기준 세종시 전세 매물은 1,039건으로, 한 달 전(1,143건)보다 100여 건이 줄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해 초 1,608건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35%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물량 감소와 맞물려 전세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원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둘째 주 0.05% 오르며 반등한 이후 상승폭을 계속 확대해 이달 첫째 주에는 0.14%까지 올랐다.

특히 주거 여건이 좋은 고운동, 도담동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종시 집값 상승, 대선 앞두고 급등

이러한 전세 시장의 변화는 매매 시장의 활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종시는 매매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0.40% 상승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은 물론 강남 3구의 상승률까지 모두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요인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수도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며 시장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실제로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4월 셋째 주 0.23%, 넷째 주 0.49%로 급등하다 5월 첫째 주 0.40%로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종 집값 상승, 충북까지 확산

세종시의 부동산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접 지역인 충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세종시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청주 지역이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충북 아파트값은 0.05% 상승하며 전주 대비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세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로, 지방에서는 세종과 충북만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청주는 한 주 만에 -0.10%에서 0.07%로 상승 전환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세종시와 가까운 흥덕구는 무려 0.19%나 급등해 눈길을 끈다.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는 최근 19억 5천만 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종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주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세종시와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치권의 행보에 따라 세종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