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은 3위인데, 이익은 2위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 연간 실적에서 처음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추월했다. 단순한 순위 교체가 아니다. 수십 년간 ‘가성비 브랜드’로 불리던 현대·기아가 수익성 지표에서 독일 명차를 꺾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판도 변화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3월 11일 글로벌 완성차 빅5의 2025년 실적 분석 결과, 현대차그룹은 매출 300조 3,954억 원에 영업이익 20조 5,460억 원을 기록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89억 유로(약 15조 3,000억 원)를 5조 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판매 3위가 이익 2위로 오른 비결

현대차그룹의 2025년 글로벌 판매량은 727만 대로, 도요타(1,132만 대)와 폭스바겐(898만 대)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에서 폭스바겐을 역전한 핵심은 영업이익률 격차에 있다. 현대차그룹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6.8%로, 폭스바겐(2.8%)의 두 배를 넘겼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박리다매 전략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화 전략과 생산 효율성 개선이 맞물리며 단위 차량당 수익성을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가성비로 승부하는 업체가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관세 충격, 현대·기아는 어떻게 버텼나
2025년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에 직격탄이 됐다.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차 4조 1,000억 원, 기아 3조 1,000억 원 등 총 7조 2,0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
그러나 도요타의 관세 부담액 11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현지생산 물량 확대, 재고 소진, 생산물량 신속 조정 등 기민한 대응이 관세 충격을 완충했다는 해석이다. 도요타 다음으로 관세 대응을 잘 해낸 업체가 현대차그룹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관세와 중국 시장 부진이 겹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5%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폭스바겐의 추락과 현대차의 기회
폭스바겐그룹의 위기는 관세라는 단기 요인만이 아니다. 산하 포르쉐의 영업이익이 95.7% 급감했고, 아우디는 독일 내 직원 7,500명(15%) 감축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단행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2019년 이후 12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현대·기아의 유럽 시장 공세도 주목된다. 2025년 EU 시장에서 80만 8,000대, 점유율 7.7%를 기록하며 비유럽 브랜드 중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폭스바겐그룹과의 글로벌 판매량 격차도 2024년 180만 대에서 2025년 171만 대로 좁혀졌다.
다만 올해 전망은 마냥 밝지 않다.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심화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방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관세라는 외생 변수가 여전히 살아 있는 만큼, 현지 생산 확대와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가 올해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