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을 뒷받침할 ‘K-자율주행 협력모델’ 참여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9일 발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제작사와 운송플랫폼사로 동시 선정됐고, 보험사에는 삼성화재가 단독 선정됐다. 이는 차량 공급부터 보험, 서비스 운영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해 자율주행 기업들이 기술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협력모델은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중심으로 200대 규모의 전용차량을 배분하며, 일반 도로와 도심 환경에서 실제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내 첫 대규모 실증 사업이다. 4월 말 자율주행 기업 공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기술협력이 시작된다.
현대차, 차량·플랫폼 ‘수직 통합’ 주도권 확보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제작사와 운송플랫폼사에 동시 선정되며 사실상 실증도시의 핵심 인프라를 주도하게 됐다. 제작사로서는 자율주행 전용차량(SDV)을 개발·공급하고, 표준화된 차량 제어 인터페이스(API)와 고속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이는 제3자 자율주행 시스템 탑재를 가능케 하는 개방형 플랫폼이지만, 동시에 현대차가 표준 규격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플랫폼사로서는 차량 관제, 배차 관리, 실시간 센서 데이터 수집을 통한 엣지 케이스 자동 수집 등을 담당한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운행 품질을 분석하고, 이를 다시 기술개발에 피드백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뿐 아니라 향후 로보택시 서비스 시장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화재, 사고당 100억원 고액 보상 체계
보험사로 선정된 삼성화재는 사고당 100억원, 연간 총 300억원 수준의 보상한도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일반 차량보험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자율주행 실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액의 인명·재산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한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도로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비한 현실적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삼성화재는 단순 보상을 넘어 자율주행 보험 전담 콜센터 운영,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분석, 사고예방 컨설팅, IT 보안 컨설팅까지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사가 기술 파트너로 역할을 확장하며, 사고 데이터 축적을 통해 향후 자율주행 전용 보험상품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 속 ‘통합 생태계’ 차별화 전략
K-자율주행 협력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 구도와의 차별성에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물리 AI 기반 ‘알파마요’ 모델을 공개하며 시뮬레이션 인프라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고, 구글 웨이모는 23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후발 완성차 기업들은 빅테크와의 연합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한국은 완성차·보험·플랫폼이 결합된 통합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며, 개별 기업의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접근을 택했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차량·시스템·서비스·보험이 결합된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국가대표 K-자율주행 협력모델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로보택시 배차 플랫폼을, 티맵모빌리티가 고정밀지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025년 11월부터 법인택시 기반 자율주행 전환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운영해왔다. 4월 말 자율주행 기업 공모가 완료되면, 민간 기술개발 역량과 정부 인프라 지원이 결합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 개막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