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묶고, 지퍼백을 잠그고, 체육 장비를 골라 가방에 담는다. 이 모든 동작을 수행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공개한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2’가 구현한 장면이다.
피지컬 AI란 AI가 컴퓨터 화면을 벗어나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을 직접 인식·이해·조작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기존 대규모언어모델(LLM) 중심의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처리에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시각·언어·행동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통합해 로봇의 실제 동작까지 연결한다.
이번 공개로 로봇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나믹스로 향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1월 차세대 휴머노이드 제어 기술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미 공식화한 바 있기 때문이다.
세 개의 두뇌, 각자의 역할
제미나이 로보틱스2 시리즈는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각 모델은 역할에 따라 계층적으로 분리 설계됐다.
첫 번째 모델인 ‘제미나이 로보틱스2’는 카메라 영상과 언어 명령을 받아 로봇의 관절과 모터를 직접 움직이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를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전신을 제어할 수 있는 VLA”라고 밝혔다. 손·그리퍼 등 말단 장치를 정밀하게 조작해 매듭 묶기나 지퍼백 잠그기 같은 섬세한 작업도 수행 가능하다고 소개된다.
두 번째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는 상위 두뇌 역할을 맡는다. 젬마이 3.5 플래시(Gemini 3.5 Flash)를 기반으로 공간·시간·물리적 추론 능력을 강화한 모델로, 최대 12만8000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를 지원한다. 복잡한 작업을 다단계로 계획하고, 여러 대의 로봇이 협력할 때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작업반장’ 역할이다. 개발자는 젬마이 API와 구글 AI 스튜디오를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는 프라이빗 프리뷰 형태로 제공된다.
세 번째 ‘제미나이 로보틱스 온-디바이스2’는 인터넷 연결 없이 로봇 기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경량 VLA 모델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몇 시간 분량의 데이터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로봇 형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VLA 모델은 현재 초기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제한된 기업과 기관에만 개방된 상태다.
현대차, 2028년 연 3만 대 목표…구글과 ‘삼각동맹’
이번 발표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의 로봇 양산 계획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SF AI 서밋’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의 자율성 고도화를 위한 차세대 AI 모델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로드맵에 따르면 2028년까지 미국 내 공장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연간 최대 3만 대 규모로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 개 도입 등 물리적 AI 인프라 투자도 병행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현대차가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서 로봇·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기업으로 포지션을 전환하려는 장기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분석한다.
제미나이 로보틱스2가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에 직접 적용되는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파트너십 관련 상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리적 AGI’ 경쟁, 본격화되나
글로벌 로봇·AI 전문 매체들은 이번 제미나이 로보틱스2 공개를, 테슬라 옵티머스·피겨 AI 등과 경쟁하는 ‘휴머노이드 두뇌 레이스’에 구글이 본격 참전한 선언으로 해석한다. 멀티모달 추론과 실제 관절 제어, 다중 로봇 협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언어·이미지 모델에 머물던 빅테크가 물리 세계까지 내려온 첫 본격 사례”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로봇 담당 부사장은 제미나이 로보틱스2를 “물리적 세계에서 인공일반지능(AGI)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규정했다. 그는 “구글은 물리적 세계에서도 AI가 사람과 함께 협력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