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수출 23년 연속 1위 업체 체리자동차가 한국 시장 직접 진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8월 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KGM·체리차 전략적 투자 계약 기자간담회’에서 장귀빙 체리차 사장은 “한국 고객이 체리차를 좋아해 주신다면 한국 진출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3년 연속 수출 1위, 관세 장벽에 부딪히다
체리자동차의 글로벌 위상은 숫자로 확인된다. 2025년 연간 수출 130만대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2026년 상반기에만 약 94만3,800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기 대비 71.5% 성장했다. 지난 6월 한 달 수출만 191,062대로, 중국 완성차 업체 기준 월간 역대 최고 기록을 4개월 연속 경신했다.
그러나 성장세 뒤에는 뚜렷한 위기 변수가 자리한다. EU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기본 관세 10%에 더해 브랜드별 추가 관세 17~37.6%를 부과해, 일부 브랜드의 경우 총 관세율이 45%대에 달한다. 멕시코는 올해 1월부터 FTA 미체결국산 승용차 관세를 20%에서 50%로 대폭 인상했고, 브라질도 7월부터 전기차·PHEV 등 신에너지차에 일괄 35%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통상 환경 속에서 장 사장이 언급한 “글로벌 생산 캐파(생산능력) 공유 협력 모델”은, 한국을 제3국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체리는 현재 130개국 이상에 차량을 판매하며 해외 고객만 약 700만 명에 달하는데, 판매의 70% 이상이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KGM, 1,099억 단기 차입으로 전동화 승부수
KGM의 선택은 절박함과 전략이 맞닿아 있다. 지난 7월 28일 KGM은 체리의 PHEV 플랫폼 기술사용료 지급을 위해 신한은행에서 7,500만 달러(약 1,099억원) 단기 외화대출을 실행했다. 연 4.7% 금리에 만기 1개월짜리 단기 차입으로, KGM 2025년 말 기준 자기자본(약 1조4,845억원)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차입으로 KGM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약 2,713억원에서 3,812억원으로 늘었다. 전동화 전환 비용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시장에서는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KGM은 체리의 T2X PHEV 플랫폼 지식재산권을 최소 8년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이 플랫폼의 첫 양산 결과물로 주목받는 모델이 렉스턴 후속 프로젝트 ‘SE10’이다. 체리 프리미엄 브랜드 기반 중형 SUV ‘티고9(Tiggo 9)’ 플랫폼을 토대로 개발 중이며, P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이번 협력을 둘러싼 가장 예민한 쟁점은 한국 공장의 역할 규정이다. 황기영 KGM 대표는 “현재 위탁생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체리 사장의 ‘캐파 공유’ 발언은 향후 협력 범위에 대한 해석을 열어뒀다. EU·멕시코 등이 중국산 차량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KGM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한국산’으로 분류돼 수출될 경우 통상 규제의 허점을 활용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