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카카오 노사 갈등 전선 확대…’임금 투쟁’에서 ‘경영권 다툼’으로

댓글 0

파업이 경영권 갈등으로 번지다
연합뉴스

바이오·IT 업종에서 노사 갈등이 동시다발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성과 배분 구조와 인사권까지 쟁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 파업을 겪었다. 카카오 역시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과 결의대회를 예고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바이오, 창사 첫 파업…손실 1,500억 원 추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상생지부)는 지난 4월 28~30일 부분 파업에 이어 5월 1~5일 약 2,800명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전체 조합원 약 4,000명 중 70% 수준이 참여한 규모다.

사측은 이번 쟁의행위로 인한 손실을 약 1,5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5월 6일부터는 전면 파업 대신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으로 전환했으나, 생산 공정 차질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평균 14% 임금 인상, 1인당 격려금 3,000만 원,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안이다. 반면 사측은 6.2% 인상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5월 8일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노·사·정 3자 면담도 결렬됐다.

갈등의 불씨는 2025년 사내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노조는 이를 계기로 단체협약 보완을 요구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으나 13차례 협상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성과배분 대립
뉴스1

“공정 멈추면 환자 피해”…글로벌 신뢰도 흔들릴 수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국적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다. 인천 송도의 1~4공장은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법원은 농축·버퍼 교환·원액 충전 등 마무리 핵심 공정에서의 파업을 금지한 바 있다.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어떤 이유로든 공정이 멈추면 품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자가 적시에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파업은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신인도를 낮출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반복될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이 유럽·미국 등 다른 CDMO 업체로 물량을 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집행부의 강경 노선에 대해 일부에서는 구성원 내부의 역반발 가능성도 제기한다.

카카오도 갈등 점화…성과 배분 구조가 핵심 쟁점

카카오 노사도 2026년 임금 협약 교섭이 결렬되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이 신청된 상태다. 연봉 인상률은 6.8~6.9% 수준에서 논의되며 이견이 크지 않으나, 성과급 배분 구조에서는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수년간 높은 실적에도 직원에게는 제한적 보상만 돌아왔다”며 편향된 성과 배분 구조와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을 근본 문제로 지적했다. 노동시간 초과,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대응 미흡, 포렌식 동의 강요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꼽았다.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오는 20일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찬반 투표 등 내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만 같은 플랫폼 업계의 네이버가 이미 임금 협상을 타결한 상황이어서, 조정 과정에서 극적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카오의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성과 배분과 인사·경영 구조를 둘러싼 권한 다툼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부가 업종일수록 갈등의 파장이 글로벌 신뢰도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국내 노사 관계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