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손실’ 벼랑 끝 삼성전자 파업…노동계 ‘갈등 상시화’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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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글로벌 D램 1위
삼성전자 /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직·간접 손실 100조 원이라는 추산치까지 제기되며 재계 전체가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5만여 명 규모의 조합원이 18일간 생산을 멈출 경우, 반도체 라인 재가동에만 2~3주가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에서 파장은 단순한 노사 분쟁을 넘어선다.

18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는 이날 재개되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이 결렬되면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고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10일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원청·하청 간 교섭 갈등까지 동시에 분출하면서 노동계는 ‘갈등 상시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상급 단체 없는 ‘실리주의 노조’…성과 배분이 뇌관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다. 반도체·바이오 업황 호조로 영업이익이 급등한 만큼 그 과실을 직원에게 더 많이 돌려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 핵심 주장이다. 사측은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사업부 간 보상 격차 확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파업을 선언한 삼성전자 노조와 이미 5월 1일~5일 전면 파업을 실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모두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초기업 노조 지부다. 상급 단체 연대 논리 대신 오로지 조합원 이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구조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 뉴스1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Z 노조’의 이익 추구 정서와 한국 대기업 성과급 보상체계가 결합한 특이한 형태의 노사 갈등이 나타난 것”이라며 “앞으로 이익에 따라 모였다가 헤어지는 ‘플래시몹 노조’도 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긴급조정권 카드 만지작…GDP 10% 기업의 무게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만 50조 원을 상회하며 국내 GDP의 약 10%,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반도체가 담당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파업이 발생할 경우 긴급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긴급조정권은 대규모 파업이 국민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30일간 쟁의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법적 권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내부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며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코스피 3,000선 붕괴 가능성과 함께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 협력사로까지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노란봉투법發 하청 갈등…’성과급 이중구조’ 충돌 본격화

노동계의 또 다른 화약고는 원청·하청 간 성과급 격차 문제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약 두 달 만에 하청 노조 1,101곳이 원청 408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제출했다. 관련 조합원 수는 15만1,800여 명에 달하지만, 실제 교섭 공고를 낸 원청 사업장은 38곳에 불과해 대부분의 원청이 교섭 요구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하청 노조는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고,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도 원청 직원과의 성과급 차별 해소를 SK하이닉스 측에 직접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을 상대로 압박 투쟁을 이어가며 오는 7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결과는 다른 사업장이 갈등을 불사할지, 양보할지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원청 성과급 배분이 결정되면 하청 기업 노조의 요구도 연쇄적으로 분출될 수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또 다른 갈등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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