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업계를 이끄는 오픈AI가 또 하나의 야심작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1분기 출시를 예고했던 챗GPT 성인 모드가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직원과 투자자의 반발, 기술적 한계, 그리고 기업공개(IPO)를 향한 전략적 선회가 맞물린 결과다.
자문위원회 만장일치 반대
오픈AI가 자체 구성한 ‘웰빙·AI 자문위원회’는 2026년 1월 회의에서 성인 모드 도입에 만장일치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위원들은 정서적 의존도 심화, 심리적 불안 조장, 강박적 사용 유발을 핵심 우려 사항으로 제시했다.
한 위원은 “오픈AI가 ‘매혹적인 자살 코치’를 만드는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우려를 넘어, AI와의 성적·정서적 몰입이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인 경고였다. 실제로 2024년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14세 소년이 Character.AI 챗봇과의 상호작용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업계 전반에 강력한 경고 신호로 작용했다.
오류율 12%의 연령 확인 시스템…기술 한계가 발목
기술적 문제도 심각했다. 오픈AI가 도입한 미성년자 식별용 연령 예측 시스템의 오류율은 1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중 1명 이상을 잘못 판별한다는 뜻으로, 청소년이 성인용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규제 리스크가 현실로 떠올랐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성인 모드 구현을 위해 성애물을 AI에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근친상간, 수간 등 불법·반인륜적 데이터를 걸러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극히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하는 콘텐츠는 허용하되 불법 데이터는 완전히 배제하는 정밀한 필터링은 현재 AI 기술 수준으로도 풀리지 않는 딜레마였다.
IPO 앞두고 전략 재편…성인 모드는 ‘부차 프로젝트’로 전락
샘 올트먼 CEO는 지난해부터 “성인은 성인답게 대우해야 한다”, “우리는 도덕 경찰이 아니다”라며 성인 모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반대 의견을 낸 안전 담당 임원을 성차별 사유로 해고하는 강경한 행보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각은 달랐다. 윤리적 위험이 가져올 평판 손상이 IPO 흥행과 기업 가치에 직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픈AI는 현재 코딩 등 기업 고객(B2B) 사업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동영상 생성 앱 ‘소라’ 서비스 중단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다. 성인 모드의 무기한 연기는 사실상 사업 우선순위 재조정의 공식 신호다.
오픈AI는 “성적으로 노골적인 대화와 정서적 유대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관련 실증적 연구 결과가 없다”고 인정했다. AI 윤리와 사업성, 기술적 완성도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전까지, 오픈AI의 성인 모드는 당분간 서랍 속에 머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