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런 게 나오다니” 난리… 결국 미국 칼 빼들었다

딥시크 AI 모델 인기에 H20칩 수요 폭증
미국 수출 제한 조치로 시장 판도 변화 예고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영향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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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20’가 결국 미국 정부의 제재 망에 걸렸다. 의료, 교육 분야의 소규모 회사까지 앞다투어 구매에 나섰던 이 첨단 칩은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향후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빅테크, AI칩 대량 주문 행렬

로이터통신이 지난 3월 2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딥시크 AI 모델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후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형 IT 기업들이 엔비디아 H20 칩 주문량을 대폭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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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한 중국 서버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 통신 회사만 AI 컴퓨팅 시스템이 탑재된 서버를 구매했으나, 최근에는 의료와 교육 분야의 작은 기업들까지 딥시크 모델과 엔비디아 H20칩이 들어간 AI서버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은 올해 1~3월에만 H20 칩을 무려 160억 달러(약 22조8천억원)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예상되면서 규제 강화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었지만, 결국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이러한 대규모 주문마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발주된 주문의 상당 부분이 배송되지 못하거나 지연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제한 의도는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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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 / 출처 : 연합뉴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중 하나로, 중국에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고 사양의 AI 칩이었다. 이 칩에는 최근 성능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SK하이닉스 등이 공급하는 5세대 ‘HBM3E 8단’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엔비디아는 재고, 구매 약정, 관련 충당금 등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약 7조8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주문이 취소되거나 보류되면서 막대한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이 첨단기술을 군사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최고급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다. 이번 H20 제한 조치는 그동안 수출 규제의 예외로 남아있던 마지막 통로마저 차단하는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영향은 제한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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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H20용 HBM은 현재 삼성전자는 판매하지 않고, SK하이닉스가 물량을 담당하고 있다”며 “엔비디아 수출 제재로 국내 기업의 HBM 사용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최대 생산능력으로 생산해도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물량을 모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20용 HBM에 대한 추가 판매를 3월에 이미 완료해 엔비디아처럼 재고 손실처리 등의 비용 반영은 없을 것”이라며 “H20은 기존 계획보다 추가된 물량이므로 제재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연간 HBM 계획 변동 및 실적 추정치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자립 가속화될 수도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단계를 출범시키고 3천440억위안(약 6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 기금의 대부분은 HBM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수록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의지는 더욱 굳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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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xmt

중국 최대 D램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이미 샘플 HBM 칩을 개발했으며, 2026년까지 HBM3(4세대), 2027년까지 HBM3E(5세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의도와 달리 중국의 기술 독립을 앞당기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잇단 제재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체적인 AI 시장 냉각 우려가 있고 이는 HBM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지만, 중국은 제재를 받을수록 더 강해지는 측면이 있어 첨단 HBM 개발이 실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딥시크 AI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는 추세다. 노리 시아우 화이트오크 캐피털파트너스 투자 이사는 “딥시크 출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컴퓨팅 파워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라 오판했다”며 “실제로는 더 진보된 AI 모델이 일상에 깊이 통합되면서 추론 수준의 컴퓨팅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요 증가 추세와 미국의 수출 제한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AI 칩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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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중일은 수천 년 이웃으로 가족같은 관계다.
    서로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사이좋게 살아라
    하느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