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양재 선언’…로봇·AI로 중국 추격전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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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사옥 혁신 로비 전면 변신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기업을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6년 5월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로보틱스·자율주행·중국 경쟁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로봇이 일하는 사옥…’피지컬 AI’ 전진기지로

1층 로비에 들어선 ‘로봇 스테이션’은 재단장의 상징이다. 조경 관리용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 의전·보안용 로봇 ‘스팟’이 실제 업무 환경에 배치됐다. 정 회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여기에서 많이 테스트하고, 외부 고객에게 내놓기 전에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 아틀라스 제조 공정 도입, 2030년 연간 3만 대 생산이라는 구체적 로드맵이 이미 설정된 상황에서, 양재사옥은 사실상 로보틱스 기술의 실사용 검증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균형, 그리고 직원들과의 융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행착오를 인정하면서도 방향성에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이 우리보다 빠르다’…베이징 모터쇼서 얻은 냉정한 교훈

정 회장은 최근 베이징 모터쇼(오토차이나 2026)를 직접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정부 지원도 많아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며 솔직한 평가를 내놓았다.

사옥 로비 재단장으로 본 전략 변화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 뉴스1

특히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자율주행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했다. “이번에 광주에 200대를 선행적으로 실증할 것”이라며 “기술 격차를 채워나가되,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격보다 신뢰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에 대해서는 “조금 늦어질 것 같다”면서도 “전쟁 후 더 잘 팔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일정 조정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불확실한 외부 변수를 회피하기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는 정 회장의 소통 방식이 주목된다.

‘아고라에서 혁신을’…공간이 바뀌면 조직도 바뀐다

재단장된 1층 로비의 핵심은 고대 그리스 광장을 모티브로 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다. 이를 중심으로 협업 공간 ‘커넥트 라운지’와 전시 공간 ‘오픈 스테이지’가 배치됐다. 1~3층은 수직으로 개방된 아트리움 구조에 식물과 나무를 배치해 자연을 끌어들였으며, 한국 조경설계 1세대로 꼽히는 정영선 교수가 조경 작업에 참여했다.

2층에는 17개의 미팅룸·포커스룸과 사내 라이브러리가, 2~3층에 걸친 그랜드홀에는 대형 스크린과 전문 음향·조명 설비가 갖춰졌다. 3층에는 도심형 연수원 ‘러닝랩’과 휴식 공간 ‘오아시스’, 4층에는 야외 정원이 조성됐다.

정 회장은 “혁신을 가능케 하는 아이디어는 한자리에서 머물면 나오기 어렵다”며 “소통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양재(良才), 즉 ‘좋은 재주를 가진 인재가 일하는 동네’라는 지명의 의미를 되새기며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고 거듭 밝혔다.

로보틱스와 AI, 자율주행이라는 세 개의 기술 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이제 사옥 공간에까지 투영됐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간다’는 정의선 회장의 말은 겸손이 아니라, 거대한 전환을 진행 중인 그룹의 현재 좌표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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