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 휴전으로 운임 급등
중소기업 물류비 부담 가중 우려
할인 요금 서비스로 지원책 마련

“미중 관세 합의가 반가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한 중소 수출기업 대표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전쟁 휴전으로 인해 한국 중소 수출기업들이 뜻하지 않은 물류비 급등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무역협회가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중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 무역 협상을 통해 상호 추가 관세를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한 이후 중국발 미주 화물 노선 운임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급등세는 특히 물류비 부담이 큰 중소 수출기업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운임 폭등, 그 이유는?
관세 인하 발표 직후 중국발 미주 노선의 해상 운임은 전체적으로 20~30% 상승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 서부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5월 9일 2,347달러에서 관세 인하 발표 직후인 5월 16일 3,091달러로 일주일 만에 31.7%나 뛰었다.
미국 동부행 운임도 같은 기간 22% 올라 4,000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운임이 급등한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미중 관세 전쟁으로 양국 간 무역량이 급감하자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노선 화물 운송량을 대폭 축소했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관세 합의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사들이 감축했던 운송량을 다시 늘리려면 최소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이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서 6월 말까지 운임이 10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
이번 상황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받게 될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물류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주로 현물 시장 가격에 따라 운송비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취약성은 이미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물류비 비중은 7.8%로, 매출액 3,000억 이상 기업(4.4%)의 약 두 배에 달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물류비 부담이 큰 현실이 이번 운임 급등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는 국적 해운사인 HMM과 공동으로 중소기업 지원책을 신속히 마련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향후 6개월간 무역협회가 준비한 미주, 유럽 노선 화물선 출항 때마다 1천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기준)까지 시장가보다 할인된 운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소 수출기업 대상 선복 지원 및 운임 할인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나아가 “HMM과 추가 협의를 통해 지원 노선을 중남미, 중동 권역으로도 확대하여 수출입 업계의 대체 수출 시장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갈등의 완화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은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책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얼마나 틔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