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고환율 “늪에 빠졌다”… 기업들, 이제 어떡하나

15년 9개월 만에 환율 ‘비상등’…
기업들 생존 기로에 선 이유는?

“환율이 이렇게 오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올해 초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마지노선이나 다름없었던 1450원을 돌파한 것도 모자라 27일 오전 11시 19분 기준 1480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무려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내년에는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특히 중소기업들은 연쇄 부도의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에게 환율 상승은 곧 생존의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환율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약 90%에 이른다.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후 납품하는 구조에서 환율 상승은 원가 부담을 직격탄으로 맞는다.

특히 ‘유전스(Usance)’ 결제를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은 환율이 치솟으면 결제 시 더 많은 원화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중소기업들의 손실은 평균 0.36%씩 증가한다.

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들은 환 헤지(환율 위험 분산) 같은 전략을 활용할 여력이 부족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절반은 “환율 리스크 관리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고환율 이어지자 대기업도 긴장 모드

대기업들 역시 환율 상승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기업 다수는 환 헤지 보험을 통해 환율 상승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 이를 넘는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철강,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는 상황에서 원재료 수입 비율이 높아 환율 상승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항공기 리스료와 항공유 결제 비용이 달러로 이뤄져 환율 상승이 곧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한 경제 전문가는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로 보상받는 시기를 지났고, 이제는 변동성 자체가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약 0.29%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인 환차익보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뜻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은 구조조정, 투자 축소 등 생존을 위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추문갑 본부장은 “1500원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는 순간, 더 많은 기업들이 경영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