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가, 배당인가’…삼성전자 노사 합의에 주주단체 ‘법적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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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주단체 법적 대응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하는 삼성전자 주주단체 /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 잠정 합의를 이끌어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주주단체가 ‘위법’ 딱지를 붙이며 전방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파업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당겨진 셈이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전날 경기고용노동청에서 타결된 노사 잠정 합의안이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번 잠정 합의에는 기본급 6.2% 인상, DX(세트·모바일·가전) 부문 직원에 대한 1인당 600만 원 상당 자사주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구조다. 주주운동본부는 OPI(성과인센티브) 재원 1.5%와 DS(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 10.5%를 합산한 약 12%가 ‘세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3가지 위법 논거…’임금 vs 배당’ 법리 정면 충돌

주주운동본부가 내세운 위법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세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것은 국가의 조세권을 우회한다는 주장이다.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을 먼저 공제한 후 분배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 상법 제462조 제1항이 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사 외부로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셋째, 위험과 손실을 부담한 주주에게 이익 분배권이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결의 없는 성과급 약정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금·성과급은 통상 ‘근로의 대가인 비용’으로 처리되며, 상법 제462조 제1항은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규율하는 조항으로 직원 성과급과는 별개의 법률관계로 취급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성과급을 이익배당과 동일시하는 것은 기존 법제·판례·기업 관행을 크게 확장 해석하는 주장’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주단체 법적 대응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왼)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 / 연합뉴스

이사 전원 손배소·가처분…법적 대응 총동원

주주운동본부는 이사회가 잠정 합의 비준·집행 결의를 상정할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즉각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잠정 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상대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대표소송도 예고했다.

단체협약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및 무효 확인의 소, 위법 파업 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계획에 포함됐다. 소송 비용은 주주 모금으로 조달하고, 주주명부 열람을 통해 삼성전자 주주 500만 명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등 전국 단위 소송인단 구성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실제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최대 100조 원대 손실을 방지했다는 논거가 ‘경영판단의 원칙’ 아래 이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망국 파업’ 프레임에 정치권 발언까지…갈등 확산 조짐

또 다른 주주단체인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도 이날 집회를 열고 노조를 향해 “납기일이 생명인 반도체 산업의 급소를 틀어쥐고 국가 경제 인질극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찬반 투표 부결 후 파업이 강행되면 정부가 즉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하고, 국회는 이런 파업을 제한하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 발언을 위법 주장의 근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총파업에 따른 직접 생산 차질 리스크가 일단 완화된 점에 주목하면서도, 성과급의 ‘영업이익 연동 구조’가 선례로 굳어질 경우 다른 대기업 노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로운 변수로 주시하고 있다.

조합원 찬반 투표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부결 시 파업 재개 시한은 6월 7일이다. 주주와 노조, 경영진이 맞부딪히는 이례적인 3각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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