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래 최대 노사 갈등 국면을 맞았다. 6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한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마저 결렬되자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하며 쟁의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조합원 과반 찬성만 얻으면 곧바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춘 상황이다.
4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중노위는 전날 열린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노사는 2월 19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교섭 결렬을 선언한 지 보름 만에 법적 분쟁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공동교섭단에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이 포함됐으며, 특히 초기업노조만 약 6만5000명 규모로 전체 임직원의 과반을 차지한다.
기본급 5% vs 6.2%… 진짜 쟁점은 ‘성과급 상한’
노사 간 제시안은 표면적으로 크게 좁혀졌다. 노조는 당초 7%였던 기본급 인상 요구를 최종 5%로 하향했고, 사측은 6.2%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여기에 자사주 20주 지급, 최대 5억원 주택 대부 지원,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등 다양한 복리후생 개선안도 추가했다. 반도체 DS 사업부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초과이익성과급(OPI) 100% 추가 지급이라는 특별 포상안까지 내놨다.
하지만 결정적 걸림돌은 OPI 상한 폐지 문제였다. 노조는 OPI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전제로 사업부 간 차등 적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사측은 OPI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화 방안은 제시했지만, 상한 폐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한을 없애면 호실적 사업부와 부진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져 다수 사업부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억5800만원’ 연봉에도… 노조는 왜 강경해졌나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25년 기준 약 1억5800만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D램 메모리 시장 1위를 탈환했으며, 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109%, NAND 가격이 105%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초과 이익이 발생하는 시기에 성과급 상한선 때문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오랜 숙원이었다”며 “특히 실적이 좋은 DS 부문 직원들의 요구가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조 내부에서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사이에 결렬 시기를 놓고도 대립이 있었으며, 초기업노조가 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차질 우려 현실화…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증폭
노조가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으면 파업이 현실화된다. 6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은 삼성전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생산의 특성상 핵심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중동 지정학적 긴장, 유가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시점이라 경영 리스크가 배가되는 양상이다. 다만 노사 양측이 제시한 수치 격차가 크지 않아 기술적 타협 여지는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노조 내부 통합 여부와 조합원 투표 결과가 교섭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