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내 자식에게 줘야 한다”
노후 대비 막막한데도 주택연금 외면
1%대 가입률에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아들이 결혼할 때 이 집이라도 물려줘야 할 것 같아요.”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모(58) 씨는 주택연금 상담을 받았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노후 자금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면서도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집 한 채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매달 안정적인 현금이 나오는 매력적인 제도임에도 많은 중장년층이 이를 외면하는 현실 속에는 깊은 문화적 배경과 제도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상속 문화와 낮은 급여가 발목 잡아
강한 상속 문화와 낮은 급여 수준이라는 이중 장벽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 보루로 꼽히는 주택연금 제도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1일 발표한 ‘사적연금제도 연금화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도입된 주택연금은 2023년 말 기준 누적 가입 건수가 12만 건을 넘어섰지만, 전체 대상 주택의 1%대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의 2022년 실태조사 결과, 가입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4.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월지급금이 적어서’라는 답변이 47.2%로 뒤를 이었다. 이는 자산은 물려줘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과 실질적 혜택 부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활성화되면 노인빈곤율 3~5%p 하락 기대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주택연금 활성화의 잠재적 효과는 상당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택연금이 활성화될 경우 소비 증가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0.7% 증가하고, 노인빈곤율이 3∼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소 34만 명이 노인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규모로, 사회 안전망 강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 많은 연금과 더 넓은 가입 기회 필요
이러한 잠재적 효과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의 방향을 ‘더 많은 연금’과 ‘더 넓은 가입 기회’ 제공으로 제시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월지급금 증액을 위해 최근 대출 한도를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상향한 것을 시작으로, 주택 가격 상승 추세를 반영한 지속적인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가주택 소유자를 위한 지원책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월지급금을 최대 20% 더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의 가입 조건에서 기초연금 수급 요건을 폐지해 저가주택 보유자 전체로 대상을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주택 상속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택 다운사이징’ 활성화도 주목받고 있다.
고령 가구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발생하는 차액을 연금 계좌에 넣어 세제 혜택을 받는 이 방식은, 주택을 평생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한 고령층에게 상속과 노후 준비를 병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현실을 고려할 때, 주택연금의 기능 정상화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임이 분명하다.
상속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인플레로 집값이 올라가면 지급액도 올리면 아마도 가입이 많아질거다. 떨어지면 감액하고 단 처음 지급액 보다는 내려갈 수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