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술이 지구를 한 바퀴 반 이상 돌다
순한 맛과 독특한 문화가 세계인 사로잡아
글로벌 수출 2억 달러 돌파

“퇴근하고 즐겨 마시던 소주가 세계인의 술이 될 줄이야” 해외 주류 시장에서 한국 소주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인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병 소주부터 이제는 다양한 과일 맛을 담은 과일소주까지, 한국의 주류가 전 세계 소비자들의 취향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주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소주 수출 성장과 과일소주의 약진
지난해 소주류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관세청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주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수출액은 1.5배나 늘었다.

물량으로는 12만 4천 톤에 달했는데, 360ml 소주병으로 환산하면 약 3억 4천만 병으로, 이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 둘레를 약 1.8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일반소주는 2년 연속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총 수출액의 51.9%를 차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주목할 점은 과일소주의 급성장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18일)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 등 혼성주 수출액은 9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20년(약 5000만 달러)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주의 세계적 인기 비결

전문가들은 소주가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 한국 대중문화와 음식의 글로벌 인기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드라마와 K-팝에 등장하는 소주 문화가 자연스럽게 세계로 전파되면서 한국의 음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도주 선호 현상도 확산됐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주류업계는 도수를 낮춘 일반소주와 과일 맛을 더한 고품질의 제품들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렴한 가격도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점에서 2000원 내외, 음식점에서는 5000~6000원 정도의 가격은 다른 나라의 술에 비해 매우 경제적이라는 평가다.
거기에 두 손으로 술을 받고 고개를 돌려 마시는 예절, ‘아파트’ 같은 술 게임까지 모두 한국 특유의 음주 문화로 인식되어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소주 문화의 세계화
이렇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주의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수출 대상국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과거에는 일본에 집중됐던 수출이 이제는 미국(24.3%), 중국(19.9%), 일본(19.2%) 등 전 세계로 확대됐다.
수출된 95개국 중 46개국에서는 소주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주류 업계도 세계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레몬에이슬’ 등 수출 전용 과일소주를,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 처음처럼’ 과일 맛 시리즈를 출시했다.
오비맥주도 제주소주 인수 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업계의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전략이 소주의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주류 전문 매거진 ‘드링크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녹색 병 소주는 이미 수년간 세계 판매량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소주는 K-드라마, K-팝과 함께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