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6,000조원 선을 돌파했다. 2025년 4월 저점 당시 2,210조원에 불과했던 한국 증시는 불과 1년여 만에 2.7배 팽창하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전 전장 대비 111.74포인트(1.73%) 오른 6,587.37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6,603.01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초로 6,500선을 넘어섰고,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6,047조936억원으로 대망의 6,000조원 고지를 밟았다.
반도체가 시장을 이끌다
이날 강세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삼성전자는 1.14% 오른 22만2,000원에 거래됐고, SK하이닉스는 4.83% 급등한 128만1,000원으로 지난 4월 23일 세운 장중 사상 최고가(126만7,000원)를 불과 나흘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와 반도체 기업이 강세를 보인 분위기가 국내 시장으로 전이된 영향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한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월 한 달에만 38.5% 급등하며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열기를 방증했다.
삼성전자·삼성전자우·SK하이닉스 세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2,338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43.6%, 국내 증시 전체의 38.7%에 달한다. 시장 전체 방향성이 반도체 두 기업에 사실상 종속된 구조다.
과열인가, 구조적 성장인가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가 넘는 반도체주 급등은 대부분 사이클 초반에 나타나는데 지금 붐을 초반으로 보기는 이미 너무 뜨겁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국면을 2000년 닷컴버블보다는 2020~2021년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요 폭발 시기와 더 유사하다고 봤다. 다만 “구조적 산업 변화에 있어서는 그때보다 더 강력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개선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나머지 상장사 영업이익은 2024년 165조3,000억원에서 2026년 233조6,000억원, 2027년에는 274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두 기업이 상상 못 한 수준으로 잘해서 상대적으로 못해 보이는 것”이라며 비반도체 업종의 저평가 가능성을 지적했다.
시총 확대 이면의 변동성 경고
시장 규모의 가파른 확대와 함께 변동성 지표도 급등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PI)는 4월 14일 장중 46.54까지 내리며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이날 다시 55.60까지 치솟았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2025년 7월 3,000조원, 2026년 1월 4,000조원, 2월 5,000조원, 그리고 4월 6,000조원을 연달아 돌파하며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양상이다. 미국 시가총액 조사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닷컴은 한국 증시 주요 기업 시가총액을 3조2,450억 달러로 집계해 글로벌 8위로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수요에 기반한 반도체 업황 개선이 지속되는 한 상승 흐름은 유지될 수 있으나, 업황 둔화 시 낙폭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