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원금인데 주유소에서 ‘먹통’?… 3곳 중 2곳은 ‘결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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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지원금인데…주유소 절반 이상 '사용 불가'
고유가 지원금인데…주유소 절반 이상 ‘사용 불가’ / 연합뉴스

정부가 고유가 피해 지원을 위해 지급하기 시작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정작 주유소에서는 대부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의 취지와 실제 사용처 사이의 간극이 현장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1차 지급은 2026년 4월 27일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계층, 한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55만원(인구감소지역 추가 5만원), 차상계층과 한부모 가족에게는 45만원(인구감소지역 추가 5만원)이 지급된다. 5월 18일부터는 전국민 70%로 대상이 확대된다.

그러나 유류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정작 주유소에서의 지원금 사용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유소를 사용처에서 제외했고, 이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주유소 64%가 사용처 제외…서울은 더 심각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1만여 곳의 주유소 중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곳은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64%에서는 이번 지원금 결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다.

서울 등 대도시 권역에서는 이 비율이 더욱 낮을 것으로 협회는 보고 있다. 강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서울에서는 연 매출 30억원이 되지 않는 매장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 죽겠다”고 토로했다.

세금 구조 무시한 기준…매출과 이익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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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주유소 / 뉴스1

업계에서는 주유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유소 판매가에는 유류세 비중이 높아, 매출 규모 대비 실제 순이익이 훨씬 작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차량 5부제 시행과 대중교통 이용 증가로 인해 주유소 매출은 이미 10~15% 줄어든 상태다. 강남구의 한 주유소 업주는 “매출과 이익은 줄어도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기자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10곳에 지원금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결과, 6곳은 “잘 모르겠다”, 4곳은 “안 된다”고 답했다. 일부 업주는 본사 지침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명칭부터 바꿔야” 업계 반발…정부에 기준 완화 요구

업계에서는 유류비로 사용할 수 없는 지원금에 ‘고유가’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회에는 “왜 우리 주유소에서는 결제가 안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소한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만이라도 매출액 제한 없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계속 건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유소 업계와 협회는 정부의 매출액 기준이 세금 비중이 높은 주유소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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