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또 오르나” 소비자들 불안 고조
운송비·원자재비 줄줄이 인상 가능성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과 우리 일상은 아무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최근 중동에서 날아온 전쟁 소식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자, 한국 산업계가 급히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유가 오른다고요?” 일상부터 산업까지 줄줄이 타격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00원을 훌쩍 넘겼다. 경유 역시 전국 평균이 1,490원을 넘어서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래는 지난주까지 5주 연속 하락세였지만, 중동 지역의 전운이 감지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보다 2~3주 정도 늦게 반영되는 만큼,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문제는 한국이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가 10%만 올라가도 제조업의 비용이 0.67%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소비자도 그 부담을 나눠 지게 된다.
삼성과 LG 같은 제조 대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TV나 냉장고처럼 부피가 큰 제품은 해상 운송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면 곧장 물류비가 뛰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실제로 중동 해역을 피할 수 있는 우회 항로 검토에 들어갔다.

정유업계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비싸게 팔 수 있어 단기적으로 이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원유 도입 비용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국내 정유사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공급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사정이 더 어렵다. 제품을 만드는 데 쓰는 ‘나프타’ 가격이 같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이 올해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어서 걱정이 더 크다.
최악은 ‘해협 봉쇄’…“유가 150달러 갈 수도”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하루 2천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곳을 지나간다. 만약 이란이 실제로 이 해협을 봉쇄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연이어 타격했고, 이란은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남부발전 같은 공기업도 에너지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상황을 실시간 점검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불안감 때문에 유가가 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지금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