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더 빌리지만 갚기는 더 어렵다
연체율도 경기 전망도 나란히 ‘빨간불’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기업들 스스로도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체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체율, 경고등 켜졌다…“대출은 늘고, 갚기는 더 힘들어졌다”
2025년 2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9%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0.54%까지 오르며 8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체 국내은행 평균도 0.95%에 이르러,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과 도소매업의 연체율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건설업의 경우 국민은행에서만 1.12%에 달했고, 도소매업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지난 분기보다 0.2%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이 막히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천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8월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경기전망지수는 74.6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아래면 “경기가 나빠질 것 같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인데,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망이 후퇴했다.
자금 사정부터 수출, 내수, 영업이익까지 대부분 항목에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들도 “올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신한·하나·KB금융은 실적 발표 직후, 기준금리는 내려가고 있지만 관세나 부동산 리스크, 가계부채 압박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팔리질 않는데, 인건비만 계속 오른다”…중소기업이 마주한 현실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단순히 ‘돈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팔릴 상품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고, 환율과 해외 규제까지 겹쳐 수출길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제품 판매 부진’이었고, 이어서 인건비 상승, 원자재 가격 부담, 경쟁 심화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에 있는 기업일수록 사람 구하기도 더 어렵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하반기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 부동산 PF 정상화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권은 “연체율이 당분간 더 오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단기적인 자금 지원을 넘어, 체질 개선과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이다. 중소기업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버티기 어려운 길목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