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누구도 자신을 해고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S-1)를 제출하면서,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전체 의결권의 85.1%를 독점하는 지배구조가 공식 확인됐다.
로이터통신 등은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나스닥 일반 공모 방식의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오는 6월 4일 투자설명회(로드쇼)를 시작해 6월 12일 첫 거래를 시작할 전망이다. 예상 기업가치는 약 1,750억 달러(약 262조 5,000억 원)로,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의결권 85% 독점…’머스크 왕국’ 공식화
S-1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도입한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주당 의결권 1개의 클래스A 주식이, 머스크 CEO와 소수 내부자에게는 주당 의결권 10개의 클래스B 주식이 부여된다.
이 구조 하에서 머스크의 의결권 비중은 85.1%에 달하며, 투자설명서는 “머스크를 제외한 누구도 그를 해임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을 명시했다. 주주가 회사나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 청구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중재(arbitration)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소송 제기 가능 지역도 특정 관할로 제한됐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이를 테슬라에서 머스크의 560억 달러 규모 스톡옵션 패키지가 법원에서 문제가 된 이후 설계된 ‘법적 방어막’으로 분석한다. 기관투자자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글래스루이스 등은 이처럼 개인 의결권 집중도가 80%를 넘는 사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매출 46.9억 달러인데 영업손실 19.4억 달러
공개된 2026년 1분기 실적은 성장과 적자가 공존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매출은 46억 9,4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 4,300만 달러(약 2조 9,116억 원)에 달했다. 매출 1달러를 벌 때마다 약 0.41달러를 영업에서 잃는 셈이다.
매출 구조를 보면 스타링크 등 위성통신 부문이 32억 5,7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69%를 차지했다. 인공지능(AI) 매출이 8억 1,800만 달러, 우주 발사·탐사 부문이 6억 1,9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스페이스X가 AI 매출을 별도 항목으로 공시한 것은 회사가 단순 로켓·위성 기업을 넘어 우주 인프라 기반 AI·데이터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월가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스타링크의 구독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2030년대 중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익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1,750억 달러 밸류는 매우 공격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투자설명서에는 소행성 채굴, 달·화성 에너지 생산, 행성 간 여행, 화성 영구 기지 구축, 100테라와트 규모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미래 사업으로 명시됐다. 머스크 CEO는 이 같은 장기 목표가 실제로 달성된 경우에만 상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성과 연동 보상 구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