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를 기다리던 신입 승무원 50명이 돌연 입사를 미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동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단 두 달 만에 2.5배 치솟으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전례 없는 고용 위기에 직면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이달 11일 입사 예정이던 객실 승무원 약 50명에게 입사 시기를 추석 이후인 9월 말∼10월 초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입사자들은 상반기 신입 채용 최종 합격자 약 100명 가운데 아직 교육을 시작하지 않은 절반으로, 고지를 받은 것은 불과 며칠 전으로 파악됐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상황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입사 시기를 조정했다”면서 “최종 합격자를 채용한다는 계획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위기가 항공유 가격을 흔들다

이번 고용 위기의 진원지는 중동 정세 악화다. 중동전쟁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해당 해역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잇따르면서 원유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인 3월 16일∼4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214.71달러로, 전쟁 발발 전인 약 2개월 전보다 2.5배 급등했다. 항공유는 LCC 전체 운영비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 항목으로, 이 같은 급등은 저마진 구조의 LCC에 직격탄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는 항공유 선물 계약(헤징) 비중이 낮아 가격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감편·무급휴직·격려금 동결…총체적 비용 절감 돌입
항공사들은 운항 편수 축소와 인건비 절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국내 LCC를 중심으로 국제선 운항은 왕복 기준 약 1,000편이 감축됐으며, 진에어만도 4월부터 이달까지 괌·푸꾸옥 등 22개 노선에서 176편을 줄였다. 6월 운항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항공사들이 있어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무급휴직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5∼6월 두 달간, 에어로케이는 이달 한 달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진에어는 매년 지급하던 안전격려금까지 무기한 연기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에 돌입한 상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항공업계에서 고용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공식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