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심상치 않은 ‘이상징후’에 “이대로 뒀다가는”… 전문가들마저 ‘술렁’

국내 기업 절반이 세금 안 내
대기업 10곳 중 1곳만 부담
전문가 “세수 기반 흔들린다”

국내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데, 극소수 대기업만 세금의 대부분을 떠안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7년째 심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5곳이 19조원, 57만곳은 0원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4일 국세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105만 8,498개 기업 중 57만 1,293곳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54%에 달하는 수치로, 국내 세금 구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면세 기업 대부분은 적자를 기록했거나, 세액 공제·감면액이 순이익을 초과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다.

면세 기업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46%였던 비율은 지난해 54%로, 5년간 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극소수 기업에 세금 부담이 집중되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별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0.01%에 해당하는 105개 법인이 납부한 법인세는 19조 2,476억 원으로, 전체 법인세(58조 1,649억 원)의 33.1%를 차지했다.

범위를 조금만 넓혀도 집중도는 훨씬 높아진다.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1.8%를, 상위 10%는 무려 96.1%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체 기업의 10%가 사실상 국내 법인세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OECD 평균보다 높은 한국 법인세율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법인세 구조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약 26.4%로, OECD 평균인 23.9%보다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도 5.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미국(25.6%), 일본(29.7%), 독일(30.1%)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법인세율은 중상위 수준이지만, 차이는 세제 운영 방식에서 드러난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세액 공제와 감면 제도를 통해 기업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실질적인 세부담은 더 낮다.

전 세계적으로는 법인세율을 낮추며 경제 성장과 기업 유치 경쟁에 대응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최근 7년 동안 오히려 법인세율이 상승한 상황이다.

소수 기업 흔들리면 세수 전체가 무너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금 구조가 국가 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의 상당 부분이 소수 기업에 의존한다는 것은,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변동에 따라 국가의 세수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면세 기준을 점진적으로 인하하면 세원이 확대돼 조세 형평성이 제고되고, 경기 변동에 따른 세수의 불안정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기업에만 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세수 확보나 형평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인세 부담의 불균형을 해소하면서도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적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