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더 비싸도 괜찮다”… 글로벌 공룡들, 中 버리고 韓에 줄 서는 ‘기막힌 이유’

미국 제재에 중국 조선업 타격
한국 조선사들에게 기회 온다
수주 전환 효과는 시간차 존재

“중국 선박은 이제 미국 항구에 들어갈 때마다 톤당 50달러씩 내야 한다.” 미국무역대표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이 한 마디가 글로벌 조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0월 14일부터 시작된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정책이 한국 조선업계에 예상치 못한 기회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변화 미미, 중국 우회 전략 구사

미국 정부는 중국이 소유하거나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 순톤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수수료는 2028년까지 140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중국 조선소 제작 선박의 경우 톤수 기준과 컨테이너 기준 중 더 높은 금액을 적용받는다. 일정 규모 이하 선박과 미국 정부 프로그램 참여 선박은 예외지만, 대부분의 중국 상업용 선박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장에서 즉각적인 발주 전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보면 입항 수수료 정책 발표 후에도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의 77%가 중국 조선소로 몰렸다. 한국 조선소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선주들이 중국산 선박을 미국 항로 대신 유럽과 아프리카 등 다른 노선에 투입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는 중국 선박의 미국 항만 입항 비중 전망치를 올해 초 40%에서 최근 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장기적 발주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

하지만 업계는 장기적으로 발주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예정인 데다 추가 견제 장치가 더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선박법’ 제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법안은 입항 수수료로 거둔 재원을 자국 및 동맹국 조선 산업 육성에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입항 수수료 정책과 선박법이 병행될 경우 중국산 선박 규제 효과는 한층 강화되고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 대한 발주 유인도 커질 전망이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반격

특히 LNG선과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는 이번 정책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산 선박이 저가 경쟁에 의존해온 반면, 한국은 LNG, LPG, 암모니아 등 특수 화물 운반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와 ESG 요구 확산으로 고성능 선박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우위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빅3’는 올해도 고부가가치 LNG선과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잇따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 납기, 신뢰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운 시장에서도 중국산 선박 도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페널티 부담이 적은 한국 조선사들이 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