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가 시작되자마자 편의점 업계와 점주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 요구를 다시 꺼내 들었다. 수년째 반복된 요구이지만,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관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1일 2027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현재 최저임금(2026년 기준)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올해(1만30원) 대비 2.9% 오른 수준이다.
1만 원 돌파 후 달라진 계산법…”인상률 낮아도 부담은 여전”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선 이후 사용자 측의 체감 부담 구조가 달라졌다. 인상률이 낮아졌음에도 절대 인상액이 오히려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2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05%(+440원) 올랐고, 2023년에는 인상률이 5.0%로 소폭 낮아졌지만 인상액은 460원으로 더 컸다. 이후 최근(2024~2026년)에는 인상률이 1~3%대로 낮아졌지만, 기본 임금 자체가 높아진 탓에 시간당 추가 비용은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편의점주들의 논리다.
여기에 주휴수당 부담이 더해진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에게는 주 1일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하므로, 주 40시간 근무 시 실질 지급 시간은 48시간으로 늘어난다. 이는 법정 최저임금보다 약 20% 높은 실질 인건비로 이어진다.
점주들 “월 순수익 180만 원”…6월 집회로 목소리 높인다
CU가맹점주연합회는 오는 6월 9일 여의도광장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연합회는 “전국 편의점 하루 평균 매출 160만 원에서 본사 수수료, 폐기 비용, 카드수수료를 제하면 한 달 영업수익은 850만 원이고,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빼면 530만 원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점주가 12시간 직접 일하고, 나머지 12시간을 아르바이트에게 맡기면 인건비만 350만 원이 나가 월 순수익이 18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점주 단체의 자체 추정치로, 정부 통계로 검증된 수치는 아니다.
1차 전원회의에서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해당 업종 사업주·근로자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며 올해도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가능, 현실에서는 전례 없어’…선거 이후 논의도 변수
최저임금법령에는 업종·지역에 따른 구분 적용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전국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돼 왔고, 사용자 측의 구분 적용 요구가 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노동계와 공익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취지가 전체 노동자에 대한 최소 생활비 보장인 만큼, 취약 업종 종사자에게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하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업종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사업주가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으려 업종 코드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부작용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최종 결정이 6·3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지는 구조적 특성도 논의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고 인상 폭이 완화되면서 문제를 제기해도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점주들이 생존권을 걸고 호소하겠지만 수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