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흰 우유 소비량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처음으로 1인당 22.9㎏까지 떨어졌다. 불과 4년 사이 26.6㎏에서 22.9㎏으로 14%가량 쪼그라든 수치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전년(25.3㎏) 대비 9.5% 감소했다. 단순한 소비 침체가 아니라, 저출산·수입산 확대·식물성 대체음료 성장이 맞물린 구조적 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철폐가 불붙인 수입산 공세
수입 멸균우유는 이미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4년 수입량은 119%, 수입액은 150% 급증했다. 지난해 수입량은 5만1천t에 달한다.
가격 차이가 핵심 요인이다.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갓밀크’ 1L는 대형마트에서 1,900원에 팔리는 반면, 같은 용량의 국산 신선 우유는 약 3,000원으로 수입산이 국산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카페·베이커리 등 B2B 시장에서 수입 멸균우유 사용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관세 정책도 변수로 작용한다. 올해 1월 미국산 우유에 대한 관세가 이미 철폐됐고, 오는 7월에는 유럽산 관세까지 사라질 예정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영향으로 당장 수입산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환율이 안정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B2B 시장을 중심으로 수입 우유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저출산이 만든 ‘구조적 수요 절벽’
소비 감소의 또 다른 축은 인구 구조 변화다. 우유의 주 소비층인 영유아·어린이 인구가 급속한 저출산으로 줄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0.80명까지 하락했다.
전체 유제품 소비량(발효유·치즈 포함)은 지난해 425만t으로 전년(389만t)보다 늘었으나,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24년 수치는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 물량을 미리 들여온 탓에 낮게 잡힌 것”이라며 “추세적으로 우유 소비량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생존 전략은 ‘프리미엄·해외’로
업계는 차별화와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43.73%로 1위인 서울우유는 소화가 용이한 단백질 구조를 가진 ‘A2 우유’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며, 2030년까지 모든 원유 제품을 A2 원유로 전환할 계획이다. 저탄소 인증 목장 원유를 활용한 친환경 우유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아몬드·귀리 기반의 식물성 음료로 유당 불내증 소비자를 겨냥하는 한편,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중국 최대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 ‘징둥헬스’에 입점시켜 해외 판로를 열었다.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을 홍콩 써클케이 약 430개 지점에 입점시킨 데 이어 몽골·카자흐스탄·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