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이 해냈다”, “일본도 못한 걸 한국이?”… 韓·美 합의에 외신 반응 쏟아졌다

수개월 줄다리기 끝에
한미 무역 협상 극적 타결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 확보

수개월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간의 관세 협상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으로 타결되자, 외신들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일본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냈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국 간 오랜 협상 과정을 마무리 지은 이번 합의는 시장 불안 해소와 경제적 안정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의 모델은 다른 국가들의 향후 통상 협상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신들, “일본보다 덜 부담스러운 협상” 평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오랜 줄다리기 끝에 합의를 이뤄낸 소식을 보도했다.

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고,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고 평가했다.

외신이 주목한 핵심 내용은 대미 투자 패키지 규모와 방식이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로 일본이 합의한 5,500억 달러(약 791조 원)보다 적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또한 한국은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문건에 명시한 반면,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자 대상 결정권을 넘겼다는 점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도 이번 합의를 예상 밖의 진전이었다고 평가하며, 다른 무역 상대국들이 이번 협상 결과를 자신들의 미해결 협상 진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삼아 면밀히 주시해왔다고 덧붙였다.

3500억 달러 투자 합의, 외환시장 안전장치 확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된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 조치가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는 조선업 협력(마스가 프로젝트) 투자금으로,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한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적 합리성’을 양해각서(MOU) 문안에 명시하고, 투자 가치가 없는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타결된 미일 관세협상과 비교해 한국이 상당히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관세 및 농산물 개방 논란에 대한 입장

다만, 정상회담 직후 합의 내용 일부를 두고 한미 간의 발표 내용에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 “한국이 시장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대통령실의 발표와 배치되는 것처럼 보여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전날 발표는 한미 간 합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이견 노출’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관세를 보장받은 게 맞다”며, 추후 반도체 관세 협의 과정에서 이런 합의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농산물 추가 개방에 대해서도 한국 측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며, 미국 행정부가 자국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다소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범 실장은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며,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을 막아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