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모자와 그림 한 장으로
관세 협상 주도권 잡은 한국
트럼프 마음 흔든 전략의 핵심

워싱턴 협상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상무장관의 시선을 붙든 것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였다.
붉은 모자와 1미터 크기의 그림 한 장이 25% 관세 협상의 판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치 구호 닮은 이름 하나로 미국을 설득했다
‘마스가’는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마가(MAGA)’에서 착안한 표현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과 정치 메시지를 분석해 이 구호를 만들었고,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가 박힌 모자까지 준비했다.
가장 큰 반응을 끌어낸 건 지도 위에 조선소와 생산 계획을 그려 넣은 패널이었다.
이 패널은 한국과 미국 조선소의 위치, 생산량, 투자 계획을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었고, 협상 테이블에 올려지는 순간 미국 측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를 본 뒤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1일,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한국은 총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고, 이 가운데 1,500억 달러(약 210조 원)는 조선업 협력에 쓰일 전용 펀드로 조성됐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LNG 운반선 수주에 성공했고, 이 공장을 통해 연간 10척 이상을 건조할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도 미국 현지 조선사와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화는 자체 훈련시설에서 용접공 등 숙련 인력을 양성 중이며, 5년간 1,000명을 길러낼 계획도 내놨다. 이는 단순한 조선소 설립을 넘어 조선 생태계 전반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였다.
미국의 진짜 의도는 중국 견제
이번 협상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이나 중국 선사 소속 선박에 고액의 항만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발주 기업들이 중국 조선소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 SCMP는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의 세계 점유율은 25.1%로 상승했으며, 중국은 51.8%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조선업이 너무 오랜 기간 쇠퇴해왔고, 생태계 재건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 언론은 “한국이 관세 인하를 얻기 위해 기술력과 재정을 내건 거래를 했다”고 평가하며 리스크를 지적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