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벽이 무너졌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가 전월 대비 16.1% 급등하며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발(發) 국제 유가 폭등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3월 수입물가지수는 169.38(2020년=100)로, 2월(145.88)보다 23.5포인트 뛰었다. 상승세는 작년 7월 이후 9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환율 ‘이중 충격’…원유, 1985년 이후 최고 상승률
이번 수입물가 급등의 핵심 요인은 국제 원유 가격의 폭등이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2월 배럴당 68.40달러에서 3월 128.52달러로 단 한 달 사이 87.9% 치솟았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극대화된 데 따른 것이다.
원유 수입물가(원화 기준) 상승률은 88.5%로, 1985년 관련 지수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약통화 기준 상승률(83.8%) 역시 1차 석유파동(1974년 1월, 98.3%) 이후 5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 급등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월평균)도 2월 1,449.32원에서 3월 1,486.64원으로 2.6% 오르면서, 수입 상품의 원화 환산 가격에 배증(倍增) 효과를 더했다.
석유류가 전방위 전염…나프타·제트유·화학제품까지
유가 충격은 원유에서 그치지 않고 연관 품목 전반으로 번졌다. 나프타(46.1%), 제트유(67.1%), 석탄·석유제품(37.4%), 화학제품(10.7%)이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부타디엔은 무려 70.6% 오르는 등 석유화학 계열 원자재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3월 유가와 환율이 올라 광산품, 석탄·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수출물가지수 역시 전월 대비 16.3% 오르며 같은 기간 기준 28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유(120.7%), 제트유(93.5%), D램(21.8%) 등이 수출 물가를 끌어올렸다.
4월 전망은 ‘안갯속’…소비자물가 파급 우려 커져
4월 들어 두바이유 평균 가격(1~13일 기준)은 전월 평균보다 14.8%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0% 추가 상승하면서 수입물가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이란 협상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원자재 공급 차질이 당분간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며 4월 수입물가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수입물가 충격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한은은 “석유류를 중심으로 이미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와 원자재 공급 차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정세 변화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향후 물가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