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냈는데, 이게 뭐야?”… 공항서 벌어진 ‘황당’한 상황, 애꿎은 고객들만 ‘분통’

연회비 수십만원 카드 소지자도
라운지 입장 30분 대기
서비스 품질까지 떨어져

최근 인천공항 라운지가 극심한 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같은 성수기와 밤늦은 시간대에는 라운지 입구에 긴 줄이 늘어선다.

수십만원 연회비를 내고 프리미엄 카드를 발급받았지만, 정작 라운지 앞에서는 30분 넘게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비행기 탑승 전 간단한 휴식을 원했던 승객들은 결국 라운지 이용을 포기하고 공항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회비 무료 카드까지 라운지 개방, 이용객 폭증

이처럼 공항 라운지가 붐비게 된 배경에는 카드사들의 마케팅 전략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수십만원 연회비를 지불한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라운지가 이제는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 이용자에게까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 이용자들까지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라운지 이용객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세계 라운지 관련 회사인 프라이어리티 패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회원들의 라운지 이용 횟수가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인천공항 1터미널과 2터미널의 주요 라운지들은 출국장 혼잡도와 맞물려 심야 항공편 이용객들까지 몰리면서 입구 대기줄이 늘어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라운지 이용객 급증은 서비스 품질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좌석 부족은 물론 식음료 서비스 지연, 샤워실 이용 대기 시간 연장 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골드 등급도 혼잡, 항공사 직영만 여유로워

혼잡을 피하려는 승객들은 더 높은 등급의 골드 라운지를 찾고 있지만, 여기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라운지 전문 회사들이 단 1만원으로 골드 등급 라운지 이용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프리미엄 라운지마저 대기 줄이 생기는 실정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프라이어리티 패스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는 마티나 라운지와 스카이허브 라운지 2곳뿐이다.

반면 해외 공항의 항공사 직영 라운지들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이용한 일본 하네다공항의 일본항공 라운지와 미국 JFK공항의 아메리칸항공 라운지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 여유로웠다는 후기가 나오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항공편을 자주 이용하거나 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항공사의 높은 등급 혜택을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카드 혜택보다는 항공사 멤버십 등급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의미다.

당장 혼잡을 피하려면 인천공항이 공식 홈페이지와 앱,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실시간 혼잡도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러 라운지를 순차적으로 이용하는 라운지 호핑도 혼잡 회피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라운지 예약제 도입 목소리 커져

이런 상황에서 라운지 예약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예약제가 도입되면 이용객 수를 미리 조절해 대기줄과 혼잡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좌석과 식음료, 샤워실 등 서비스 자원도 효율적으로 배분해 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예약제 도입에는 여러 과제가 따른다는 지적도 많다. 사용자 친화적 모바일 예약과 실시간 좌석 관리 등 IT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예약 후 방문하지 않는 고객 대응책과 비행기 지연이나 일정 변경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러 카드사와 운영사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약제 도입에 따른 수익 분배와 운영 권한 재조정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약 없이도 즉시 이용 가능한 유연성을 일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향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